0.02%의 확률을 뚫은 우승, 최약체 팀을 ‘승리하는 팀’으로 만드는 비결은?
얼마 전 유럽 프로 축구 리그들이 개막하면서 경기 중계를 보느라 주말 밤과 평일 새벽을 지새우시는 분들이 많을 텐데요. 특히 요즘은 손흥민, 이강인, 김민재 선수와 같이 많은 한국 선수들의 유럽 주요 리그 진출이 증가하면서 해외 축구에 대한 관심도가 더욱 높아지고 있습니다.
스포츠에는 늘 기적의 순간들이 있고, 이런 순간들은 팬들이 더 스포츠를 사랑할 수밖에 없는 이유가 되는데요. 오늘은 여러 기적의 순간 중에서도 2016년 ‘레스터시티’의 EPL(England Premier League, 영국의 프로 축구 리그) 우승에 대해 이야기해보고자 합니다.
선수단 전체 몸값 1,000억 원, 직전 시즌 14위로 강등권의 위기에 있었던 ‘레스터시티’가 4배 이상 높은 구단 가치를 지닌 라이벌들을 제치고 EPL 우승을 달성했다는 소식은 엄청난 화제가 되었습니다. 시즌 시작 영국 도박사들이 예측한 레스터시티의 우승 확률은 ‘5천분의 1’로 팀의 우승에 50파운드(한화 약 8만 5천원)을 걸었던 팬이 7만2000파운드(한화 약 1억 2천만원)를 벌었다는 일화가 알려지기도 했죠.
모두가 궁금해하는 레스터시티의 우승 비결에 대해 팀의 주축 선수 마레즈는 다음과 같이 말했습니다.
“우리에게는 최고의 선수들도 없고, 예산도 많지 않지만, 우리 팀의 연대는 감탄 그 자체이다.”
엄청난 규모의 자금도 눈에 띄는 스타 플레이어도 하나 없이 오직 ‘잘 만들어진 팀’으로 EPL의 우승을 이루어 낸 ‘레스터시티’의 케이스는 비슷한 상황을 겪고 있는 초기 조직의 팀빌딩 과정에서 참고해 볼 만한 점들이 많습니다.
한정된 자금과 인재, 어떻게 하면 효과적으로 승리하는 팀을 만들 수 있을까?
1) 강점에 기반한 역량의 선택과 집중
강팀들의 축구는 보통 볼 점유율(경기 시간 동안 공을 얼마나 많이 가지고 있는가)을 기반으로 패스를 통해 점진적으로 공격 기회를 만들어가는 형태를 띄고 있었습니다. 팀 내에서 뛰어난 드리블과 패스 역량을 가지고 있는 선수들을 주축으로 상대가 공을 소유하고 있는 시간 자체를 빼앗음으로서 공격의 기회를 차단하고, 자신들의 공격 기회를 늘려나가는 형태였죠.
하지만 ‘레스터시티’는 볼 점유율을 높게 가져가기 위해 필요한 역량을 지닌 팀이 아니었습니다. 하단의 주요 공격진의 패스 성공률과 드리블 성공률을 보면 대부분이 리그에서 10위권 밖인 것을 알 수 있죠. 그렇다면 보통은 패스와 드리블 성공률이 높은 새로운 선수의 영입을 고려하거나, 기존 공격진들에게 스탯을 더 끌어올릴 것을 요구하는 식으로 문제를 해결하려고 합니다.
그러나 감독인 라니에리는 다른 측면에 집중했습니다. 바로 공격진들의 남다른 스피드였죠. 특히 핵심 공격수인 제임스 바디는 100m를 10초 이내에 주파할 정도로 빠른 스피드를 자랑하고 있었습니다. 그는 이를 활용하여 볼 점유율을 포기하고, 수비진에서 긴 패스를 통해 공격진에게 빠르게 공을 연결해주면 스피드가 강점인 공격진들이 상대 수비가 진형을 갖추기 이전 골을 넣는 역습 전술을 채택하였습니다. 이 전략의 결과로 레스터시티는 해당 시즌 68 득점을 달성하며 리그 전체에서 3번째로 높은 득점을 올린 팀이 되었죠.
초기 조직의 경우, 한정된 인재 풀로 팀을 꾸리려다 보니 팀의 부족한 부분들이 더 많이 보이게 되고, 이를 보완하거나 개선하는데 많은 리소스를 사용합니다. 하지만, 이를 바꾸어 말하면 이미 팀이 지닌 강점을 더 날카롭게 하는데 상대적으로 집중하고 있지 못하다는 뜻이기도 합니다. 단시간 내 성과를 내야 하는 초기 조직의 경우, 조직 내 한정된 역량을 ‘약점이 없는 평범한 팀’을 만드는 것보다 ‘압도적인 강점을 지닌 팀’을 만드는데 집중해야 합니다. 팀 구성원들의 강점을 분석하고, 해당 강점들이 모여 시너지를 낼 수 있는 팀 운영 전략을 수립해 보세요.
‘압도적인 강점’은 팀의 승리 확률을 높입니다. 반복된 경기로 라니에르의 ‘역습 전술’을 인지하게 된 다른 팀들이 이를 알고 있음에도 폭발적인 스피드를 감당할 수 없어 결국 실점할 수 밖에 없었던 것과 같이 말이죠.
2) 팀워크를 만드는 서번트 리더십
구성원들의 압도적인 강점을 발휘할 수 있는 팀 운영 전략이 세팅된 상황에서 이제 리더에게 남은 역할은 팀이 꾸준히 갈 수 있는 동력을 만들어 주는 것입니다. 리더가 앞서서 모두를 이끄는 형태가 아니라 달려나가는 구성원들을 뒤에서 지지하고 지원해줄 수 있는 ‘서번트 리더십’이 필요하다는 뜻입니다.
라니에리 감독의 여러 일화들을 통해 서번트 리더십을 통해 팀워크를 극대화하는 그만의 방법들을 엿볼 수 있습니다.
- 구성원들과의 적극적인 소통:
라니에리 감독은 라커룸에서 선수들과 가장 많이 소통하는 감독으로 유명합니다. 이처럼 구성원들과의 지속적인 소통은 구성원들의 현황에 대한 이해도를 높이고, 그들의 자신의 강점을 제대로 발휘하기 위해 필요한 것들을 파악하여 리더가 적재적시에 지원해줄 수 있도록 도와줍니다. - 작은 승리를 통한 동기 부여:
라니에리 감독은 선수들에게 “무실점으로 승리하면 내가 피자를 사겠다”고 공약했고, 실제로 이후 치른 10라운드 크리스털 팰리스전에서 1-0 무실점(클린시트) 승리를 거두고 피자파티를 열었습니다. 소소한 보상이기는 하지만 피자 공약을 내걸어 무실점 달성에 대한 팀의 열정을 끌어내고 이를 달성했을 때 느낄 수 있는 작은 성취감을 통해 팀 내에 지속적인 동기 부여를 위함이었죠. 심리학자 칼 와익의 ‘작은 승리 이론’을 보면 작은 성공은 경험의 무게감을 줄이고, 노력의 요구량을 감소시키며, 스스로 생각하는 능력 수준을 높인다고 합니다. 상대적으로 불가능해 보이는 미션에 도전하는 초기 조직일 수록 도전의 과정에서 ‘작은 성취’들을 계속해서 챙기는 것들이 매우 중요하다고 할 수 있겠죠. - 최소한의 개입과 지속적인 신뢰 표시:
라니에리 감독은 이탈리아 일간지 ‘코리에레델라세라’와의 인터뷰에서 “좋은 감독의 가장 중요한 임무는 선수들의 특징을 살려 팀워크를 구축하는 것이다. 항상 선수들에게 ‘신뢰한다’고 말하며, 세부적인 전술에 대해선 거의 언급하지 않는다”라고 했습니다. 실제로 라니에리 감독은 선수 포지션을 자주 바꾸지 않고 전술 변화도 자제하였으며, 작은 부진으로 선수를 빼는 일도 없었습니다. 선수들은 자신들의 역량에 대한 그의 신뢰를 느꼈고, 이는 결국 신뢰에 대한 보답(좋은 성과)으로 이어지게 되었습니다.
팀은 완성되지 않습니다. 계속해서 진화해야 합니다
하지만 창단 132년 만에 EPL 우승을 차지한 라니에리와 레스터시티는 거짓말처럼 그 다음 시즌에 이별을 택합니다. 시즌 중간에 성적 부진을 이유로 라니에리 감독은 경질되게 되고 팀 또한 12위라는 아쉬운 성적으로 시즌을 마무리합니다.
주축 멤버들의 이탈과 이 빈자리를 새롭게 기용한 선수들이 채우지 못하면서 전술 수행 능력은 떨어지게 되었고, 이전 시즌과 비교하여 큰 변화가 없던 라니에리 감독의 전술은 이미 타 팀에게 간파당한 상태였죠.
승리하는 팀에게 완성이라는 마침표는 없습니다. 조직의 성장 단계에 따라, 비즈니스의 미션에 따라, 구성원에 따라 팀은 계속해서 진화해야 하고, 진화에 따른 팀 운영 전략을 계속해서 바꾸어 나가야 합니다.
지금까지 ‘레스터시티’의 우승을 만든 팀 빌딩 전략에 대해 알아보았는데요.
조직의 운영과 많이 닮아있는 프로 스포츠, 이후에도 좋은 케이스가 있다면 분석을 통해 숨겨진 HR 인사이트를 찾아보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