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리뷰 | 왜 리더인가] 50조 기업을 만든 의사결정은 철저히 이타적이었다.

아티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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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북리뷰에서 이런 내용을 알 수 있어요
✅ 조직 전체의 마음을 움직이는 리더십 비결 : 이타심
✅ 세상을 위한 이타심 = 미션(Mission)
✅ 조직을 위한 이타심 = 직원 경험
✅ 고객을 위한 이타심 = 고객 경험

따라하면 성공하는 리더십 기술 따윈 없다

‘성공 법칙’, ‘팀장의 스킬’ 같은 네이밍의 콘텐츠가 쏟아지는 시대입니다. 물만 끓이면 쉽게 조리해 먹을 수 있는 인스턴트 라면처럼 바로 따라하면 성공할 것 같은 키워드가 서점과 인터넷을 휩쓸고 있죠. 리더십도 마찬가지입니다. 위임하는 법, 동기부여, 피드백, 커뮤니케이션 등 다양한 스킬셋이 있고 하나씩 장착하면 누구나 실리콘밸리의 팀장이 될 것 같은 느낌을 줍니다.

물론 위와 같은 역량을 갖춰도 성과내는 리더가 될 수 없다는 것이 아닙니다. 실제로 팀을 리딩할 때 필요한 스킬이기도 하고요. 하지만 리더십 능력만 뛰어난 리더는 ‘일 잘하는 리더’가 되는 것에 그칩니다. 성공을 거두더라도 지속성이 짧거나, 성공의 규모를 조직과 비즈니스 전체로 확산시키지 못한 채 사라질 확률이 높습니다.

반면 사라지는 리더와 달리, ‘영원히 존재하는 리더’가 있습니다.

그렇다면 개인의 능력으로 순간 반짝이는 리더가 아닌, 조직의 거대한 파장을 일으켜 지속가능한 성장을 이끌어내는 리더의 차이는 무엇일까요?

첨단 전자부품 제조업체 교세라의 창업자이자 동양 문화권 출신 중 전 세계적으로 가장 널리 알려진 CEO, 이나모리 가즈오는 그 결정적 차이로 ‘사람의 마음’을 꼽았습니다.

치열한 경쟁 시대에서 ‘이타심’의 경쟁력은 무엇일까

이나모리 가즈오는 오늘날로 말하면 평사원 경험이 있는 스타트업 대표입니다. 엔지니어 출신으로 27세에 벤처기업 교토 세라믹을 창업해 연 매출 16조원, 종업원 7만 명 규모의 글로벌 B2B 기업으로 성장시켰습니다. 그 뿐만이 아닙니다. NTT(일본전신전화 주식회사)가 독점하는 통신 시장에서 신생 통신업체인 다이니덴덴을 연 매출 50조원의 거대 기업으로 키워냈죠. 77세에는 24조 부채의 일본항공(JAL) 회장에 취임해 2년만에 흑자 전환을 성공시킨, 말도 안 되는 역사를 썼습니다.

위와 같은 불세출의 역사를 일구어낸 경영 사례들의 공통점은 무엇일까요?
바로 ‘조직 전체의 마음을 움직여 만든 성과’라는 것입니다.

사람의 마음은 바뀌기 쉬운 것도 사실이지만, 한 번 강하게 결속이 되면 그 무엇으로도 대체하기 어려울 정도로 막강한 힘을 발휘한다. 직원들끼리 서로 신뢰하고 이해하면서 마음을 하나로 합쳐 일하는 조직, 모든 구성원이 경영에 참여한다는 열의를 지닌 조직을 만들겠다고 다짐했다. 이런 다짐 말고 내가 구사할 수 있는 경영 기술이나 비법 같은 것도 없었다.

<왜 리더인가>, 171p

물론 목표를 달성하기 위한 전략과 아이디어, 슈퍼 플레이어도 있었을 겁니다. 하지만, 교세라와 다이니덴덴, JAL은 뛰어난 소수의 인재나 자본, 기술로 승패를 좌우할 수 있는 사업이 아닙니다. 거대 규모의 조직이 시스템으로 돌아가는 사업이니까요. 이 때 사업의 성공을 결정짓는 핵심은 몇 만 명의 직원을 결속시키는 힘, 이타심입니다.

큰 규모의 스테이지로 가는 조직일수록, 주어지는 과제와 프로젝트의 사이즈가 개개인이 잘해서 되는 문제가 아닙니다. 이럴 때, 리더가 자신의 성공과 욕심에 사로잡히지 않고 이타심을 기준으로 판단하고 의사결정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죠. 리더의 이타심은 구성원을 생각하는 이타심, 그리고 고객제일주의를 만드는 이타심으로 파도처럼 퍼져나갑니다.

📌 세상을 위한 이타심 = 미션(Mission)

이나모리 가즈오가 강조한 첫 번째 이타심은 ‘세상을 위한 이타심’입니다.

요즘 유행하는 스타트업이나 1인 기업 등의 창업자 중에는 재산을 모으고 싶다거나 명성을 얻고 싶어 일을 벌인 사람이 많을 것이다. 하지만 ‘경영의 엔진’이 경영자의 사리사욕, 공명심, 권력욕에만 머물러 있다면 잠깐 성공하더라도 지속 가능한 발전은 도모할 수 없다.

<왜 리더인가>, 81p

이나모리 가즈오 (출처: 교세라 재단)

여기서 말하는 세상을 위한 이타심을 다른 말로 재정의하면 ‘미션’(Mission)이 될 수 있습니다. 우리 회사가 세상에 존재할 이유가 무엇인가? 그 이유가 우리가 살고 있는 사회에 어떤 도움이 되는지 ‘사회적 의의’가 분명해야 한다는 뜻입니다. 우리가 비즈니스를 통해 만들고 싶은 임팩트가 사적 이익에 머무른다면 그 마음의 그릇 이상의 성장을 기대할 수 없겠죠. 기업이 풀고자 하는 비즈니스 문제는 세상의 문제와 맞닿아 있어야 합니다. 그래야 더 큰 시장과 영향력을 가져올 수 있습니다.

성장의 출발점이 되는 미션, 뾰족하게 정의하고 싶다면?
미션-비전-핵심가치(MVC) 셋업 가이드

세상을 위한 이타심은 얼핏 추상적인 개념처럼 보이지만 앞서 언급한 기업의 미션과 일맥상통하는데요. 최근 실리콘밸리에서 화제가 되고 있는 ‘Thought leadership’(사고 리더십)과도 공통점이 있습니다. 사고 리더십은 자기가 속한 사업 영역 또는 풀고자 하는 문제 안에서 비전을 제시하고 아젠다를 던져 소통을 이끌어내는 리더십을 뜻합니다. 일론 머스크가 전기차 사업을 인류의 지속 가능성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사회적 의의와 연결시키는 것처럼 말이죠.

내가 지금 풀려는 문제는 세상을 어떻게 더 좋은 곳으로 만들것인가? 이 질문에 집착하는 것이 바로 세상을 위한 이타심입니다. 이 영역에서 리더의 생각이 흔들리지 않는다면, 옳은 방향으로 가고 있다는 믿음이 단단하다면 조직이 어떤 역경을 맞아도 무너지지 않습니다.

📌 조직을 위한 이타심 = 직원 경험

두 번째로 리더가 갖춰야 할 이타심은 ‘조직을 위한 이타심’입니다.

‘이 회사는 내 기술을 세상에 널리 알리기 위해 존재한다’는 이념을 고수했다면 어떻게 됐을까? 아마 꿈을 이루고 막대한 부와 명예를 얻게 되었을 것이다. 하지만 교세라라는 기업이 오늘날처럼 크게 발전하지는 못했을 것이다. 경영자로서의 진짜 성공은 자신의 마음을 채우는 것이 아니라 조직 구성원의 서로 다른 마음을 저마다의 방식으로 채워줄 때 비로소 완성된다고 믿는다. 교세라의 급성장은 ‘전 직원의 행복’이라는 강건한 이타의 토대 위에서 이루어졌다.

<왜 리더인가>, 85p

젊은 시절의 이나모리 가즈오와 교세라 (출처: 교세라 재단)

이나모리 가즈오는 교세라 창업 당시, 본인이 개발한 파인세라믹 기술을 알려 성공하고 싶은 마음이 전부였습니다. 하지만 창업한 지 3년째에 직원들이 단체로 몰려 ‘요구서’를 제출했습니다. 승진과 상여금 등 처우 개선과 미래에 대한 보장을 요청하는 내용이 담겨 있었죠. 이나모리 가즈오는 직원들과 사흘 밤낮을 가리지 않고 얘기하며 이런 깨달음을 얻습니다.

‘회사는 자신의 생각을 실현하기 위한 곳이 아니라 직원의 생활을 지켜주고 행복한 인생을 가져다주기 위해 존재해야 한다. 그것이야말로 회사의 사명이고 경영의 의의다.’

이는 단순히 구성원들을 위한 복리후생을 늘리라는 얘기가 아닙니다. 구성원들이 회사에 입사했을 때 무엇을 기대했는지? 그들의 커리어와 성장의 목표는 어디로 향하고 있고, 회사 역시 그 방향과 발맞춰 가고 있는지를 고민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HR 용어로 재정의하면 ‘직원 경험’이 되겠죠. 주어진 업무에 만족하며 몰입할 수 있는 환경, 회사와 함께 성장하는 경험을 끊임없이 고민하고 노력하는 리더십이 바로 조직을 위한 이타심입니다.

📌 고객을 위한 이타심 = 고객 경험

세 번째로 리더에게 필요한 이타심은 ‘고객을 위한 이타심’입니다.

일본 항공의 재건을 단순히 부채를 갚고 적자 구조에서 벗어나게 한성공적인 흑자 전환 프로젝트라고 보는 시각이 있지만 그것이 전부가 아니라고 생각한다. 일본 항공의 재건은 리더의 마음이 직원들의 마음에 닿고, 그렇게 변화된 직원들의 마음이 기업의 서비스를 이용하는 고객들의 마음에 가닿은 ‘마음의 개혁’이었다.

<왜 리더인가>, 179p

일본항공(JAL)의 흑자 전환에 성공한 이나모리 가즈오 전 회장(출처: 한국일보)

일본 항공 프로젝트를 맡은 이나모리 가즈오는 회장 취임 후, 가장 먼저 한 일이 조직 개편이었습니다. 당시 경영 중추에 있던 사람들은 항공 현장 경험이 전혀 없는 소위 엘리트 계층이 주류였죠. 관리자 직급을 전부 현장 경험이 풍부한 사람들로 개편하면서 조직 분위기도 활발해졌습니다.

이나모리 가즈오는 관리자를 비롯한 현장 담당자들에게 매뉴얼보다 고객의 마음에 맞춰 다가간다면 재구매와 재방문이 늘어날 것이라고 강조했습니다. 기내 방송도 고객제일주의에 따라 정해진 내용만 규정에 따라 말하기보다, 승객의 사정과 비행 상황을 고려해 표현하도록 지시했죠. 이러한 변화들이 고객 만족으로 이어져 자연스럽게 입소문 바이럴이 되는 결과를 만들었습니다.

경영 현장은 시시각각 상황이 바뀌는 전쟁터와도 같습니다. 이 때 공급자적인 관점으로 목표를 향해 달려가면 오히려 고객 만족과 성과, 두 마리 토끼를 놓칠 수 있습니다. 오히려 ‘지금 고객이 필요로 하는 것은 무엇일까?’ ‘고객을 위해 우리가 할 수 있는 것은 무엇일까?’를 생각하는 리더십이 뿌리 내려야 조직 전체에 고객 경험을 중시하는 이타심이 퍼질 수 있습니다. 리더십은 조직을 장악하는 것만이 아닙니다. 고객의 마음 또한 사로잡아야 지속 가능한 리더가 될 수 있습니다.

현장의 리더에게 :
‘문제 정의’가 안 된 이타심은 힘이 없다

지금까지 이나모리 가즈오가 말하는 이타심의 리더십을 살펴봤는데요. 표면적인 이타심만을 생각하면 사회적 가치 창출을 우선으로 하는 비영리 재단이 성공하는 게 맞을 겁니다. 하지만 이러한 비전이 이타심에서 비롯되었다고 해서 무조건 성과로 이어지지 않습니다. 이타심의 리더십이 실질적인 효과를 만들어내려면 이타심을 갖고 해결해야 할 고객의 문제, 구성원의 문제, 조직의 문제를 명확히 이해하고 정의하는 것이 수반되어야 합니다. 정의한 문제를 조직 전체가 모두 한 방향으로 이해하는 것, 그 다음 단계가 이타심의 리더십이 힘을 발휘할 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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