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픽] 겸손한 천재들이 전하는 브랜드 성공 방식

🚀 HALF TIME TEAM TALK
‘하프타임 팀토크’는 팀으로 성공하는 조직의 노하우를 탐구하여 전하는 플렉스의 오리지널 콘텐츠입니다. 평범한 조직을 강팀으로 만드는 이야기를 팀토크에서 만나보세요.
회사명: 스픽(Speak)
스픽은 실리콘밸리에서 시작된 AI 영어 학습 스타트업으로, “틀려라, 트일 것이다”라는 메시지로 영어 말하기의 고정관념을 깨고 있습니다. 한국 법인은 2020년 설립되었으며, 현재 AI 기술을 바탕으로 누구나 매일 영어로 ‘직접 말하게 하는’ 초개인화 학습 환경을 제공하고 있어요.
최근에는 시리즈 C 투자 유치에 성공하며 기업 가치 1조 원을 돌파, 유니콘 기업에 등극했습니다. 구글, 메타 등 글로벌 빅테크 출신 인재들로 구성된 스픽 팀은 한국을 포함해 미국, 일본 등 40여 개국에서 서비스를 운영 중입니다.
한국은 첫 번째 진출국이자 가장 빠르게 시장을 확장한 국가로, 스픽의 브랜드 메시지와 제품 전략을 함께 만들어가는 핵심 허브 역할을 맡고 있습니다. 단순히 제품을 ‘파는’ 조직을 넘어, 브랜드가 나아갈 방향성과 철학을 함께 설계하는 팀으로서 존재감을 더해가고 있습니다.
한국인은 왜 영어 앞에 서 작아질까요?
내 발음이 이상하진 않을까, 문법이 틀린 건 아닐까, 외국인이 나를 이상하게 보지 않을까. 한국인의 영어 울렁증은 단순한 언어 실력이 아니라, 평가받는 것에 대한 두려움에서 비롯됩니다. 어릴 적부터 누구보다 열심히 공부해 왔지만 막상 말을 꺼내려는 순간 입이 떨어지지 않는 이유죠.
영어, 틀려야 트인다
AI 영어 학습 앱 ‘스픽(Speak)’은 영어 회화에 대한 한국인의 오래된 강박에 새로운 기준을 제시했습니다. 완벽하게 말하는 법이 아닌, 용기 내어 틀리는 법. 그리고 말하면서 영어를 ‘트이게’ 하는 법을요.
실리콘밸리에서 시작된 이 스타트업은 2019년, 가장 치열한 시장인 한국에 진출했고, 이효리와 신해철 캠페인 등 대담한 시도와 진심 어린 서사로 브랜드 메시지를 전했습니다. 최근에는 시리즈 C 투자 유치에 성공하며 기업가치 1조 원을 돌파, AI 기반 영어 스피킹 앱 브랜드 1위에 올랐습니다.
하지만 스픽을 특별하게 만든 건 숫자보다 방식입니다. “맞느냐, 틀리느냐”보다 “빨리 해보자”를 말하는 실행력,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는 도전, ‘파는 팀’이 아닌 함께 방향을 설계하는 팀의 존재.
지금, 스픽 팀의 이야기를 하프타임 팀토크에서 만나보세요.
Talker
- 스픽이지랩스코리아 홍연승, 정두현, 이근희 님
- 플렉스팀
💡 팀토크 Summary
1️⃣ 실리콘밸리에서 시작된 혁신, 유니콘이 되기까지
2️⃣ 통념을 깨는 진정성, 틀리면 트이게 된다
3️⃣ 로우 에고 하이 프로페셔널리즘
4️⃣ 맞느냐 틀리느냐보다, 일단 해보는 팀
5️⃣ 진심을 담아 브랜드를 만든다는 것
6️⃣ 정답보다 방향을, 완성보다 가능성을
실리콘밸리에서 시작된 혁신
유니콘이 되기까지
ㅡ 늦었지만 유니콘이 되신 거 축하드립니다. 그 소식을 처음 들었을 때 팀 분위기는 어땠나요?
처음 스픽에 들어왔을 때는 정말 아무도 모르던 회사였어요. 그런 회사가 유니콘이 됐다고 하니 너무 감격스럽기도 했고, 솔직히 실감이 잘 안 났죠. 스타트업 생태계에서 유니콘이라는 건 모든 회사들이 갖고 있는 마일스톤인데, 그걸 우리가 이뤘다고 하니까 비현실적인 동시에 말 그대로 ‘웅장해지는’ 느낌이 있었던 것 같아요.
하지만 그 감격이 아주 오래가진 않았어요. 30초 정도? 그 다음엔 바로 ‘이제는 뭐가 있지?’ 하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렇게 많은 스타트업들이 꿈꾸던 마일스톤을 달성했지만 사실 그 다음 이정표는 누가 알려주지 않잖아요. 그래서 오히려 지금은 우리가 가야 할 길을 스스로 잘 만들어가야겠다는 고민이 더 많아요.

ㅡ 스픽을 대중적으로 알리는 데 있어 가장 결정적인 계기가 있다면 무엇이었을까요?
첫 브랜드 캠페인이 컸던 것 같아요. 이효리 님과 함께했던 캠페인이요. 그전까지만 해도 ‘우린 이제 꽤 알려지지 않았을까?’라는 생각이 있었거든요. 그런데 실제로 인지도 조사를 해보니 예상보다 훨씬 낮게 나왔고, 그걸 계기로 현실을 제대로 직시하게 된 것 같아요.
‘브랜드 캐즘’이라는 말이 있잖아요. 얼리어답터처럼 새로운 기술에 빠르게 반응하는 분들에게는 통했지만 대중 전체에게는 아직 닿지 않았다는 걸 깨달았어요. 그래서 처음으로, 단순한 마케팅이 아니라 브랜드를 대중화하기 위한 커뮤니케이션이 필요하다는 걸 깊이 체감했고 그게 캠페인을 기획하게 된 직접적인 계기가 됐습니다.
ㅡ 당시 효리 님을 모델로 기용하게 된 배경이 궁금해요. 섭외 과정도 화제가 됐죠.
당시 이효리 님이 상업 광고 복귀를 선언하면서, 정말 많은 브랜드들이 구애의 댓글을 달았어요. 저희도 그 중 하나였고요. 그런데 저희는 좀 달랐던 게, 단 한 번이 아니라 그 이후 올라오는 모든 포스팅에 꾸준히 댓글을 단 유일한 브랜드였어요. 사람들이 ‘이 브랜드 진짜 간절한데?!’ 할 정도로요.
처음에는 단순한 관심 표현이었지만, 어느 순간부터 이효리 님이 답장을 주기 시작했고, 저희는 자연스럽게 그 관계를 이어가며 스토리를 만들어갔죠. 사실 캠페인과 섭외는 병렬적으로 진행되고 있었는데, 이 과정을 보면서 ‘이 자체가 너무 좋은 서사가 될 수 있겠다’는 확신이 들었어요.
광고 하나만으로 끝나는 게 아니라 그 앞단의 감정선과 이야기들이 브랜드 메시지와 맞닿는다는 걸 느꼈고, 그래서 더 진심을 담아 접근했던 것 같아요. 그런 흐름 속에서 이효리 님과의 협업이 결정됐고 스픽의 첫 브랜드 캠페인이 본격적으로 시작됐습니다.

ㅡ 그 캠페인에서 가장 중요하게 생각한 메시지는 무엇이었나요?
‘영어는 틀려야 트인다’라는 슬로건이 있었어요. 저희는 단순히 브랜드를 알리는 게 아니라, 영어 교육에 대한 뿌리 깊은 통념을 바꾸고 싶었어요. 한국에서는 영어가 소통의 도구라기보다는 시험 점수를 위한 수단처럼 여겨지잖아요. 문법 하나 틀리면 외국인이 날 어떻게 볼까 걱정하고 발음 때문에 위축되기도 하고요.
그런 ‘완벽주의’가 오히려 말하기를 가로막는 가장 큰 장벽이라고 생각했어요. 그래서 저희는 완벽하려고 애쓰는 대신, 실수를 통해 배운다는 메시지를 중심에 두기로 했죠. 실제로 효리 님도 그런 신념을 갖고 계신 분이라 이 캠페인과 정말 잘 맞았어요.
고 신해철 님과 함께했던 캠페인도 같은 맥락이었고요.
ㅡ 이효리 님과의 캠페인도 그렇고, 신해철 님이라는 상징을 쓴 것도 팀에겐 큰 도전이었겠어요.
맞아요. 신해철 님은 저희가 정말 많은 논의를 거쳐 선택한 인물이었어요. 당시 캠페인 구상 중에 저희가 한 LP 바를 갔는데 그대에게라는 곡이 나오자, 모두가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춤추는 장면이 기억에 남아요. 그 장면을 영상으로 촬영해서 본사에도 공유했어요.
지사 입장에서 스스로 “이건 안 될 거야”, “본사는 이해 못 할 거야”라고 선 긋기 쉬운 구조잖아요. 근데 저희는 항상 “재밌고, 해보고 싶으면 해보자”는 마인드예요. 설득이 어려워도 끝까지 가보는 힘이 있어요. 그래서 캠페인마다 진짜 하고 싶은 말, 우리가 중요하게 여기는 가치가 잘 담길 수 있었던 것 같아요.

ㅡ 실제로 브랜드 캠페인 이후 체감하는 변화나 성과가 어땠나요?
그럼요. 수치적으로도 인지도 1위를 달성했지만 무엇보다도 “스픽을 모르는 사람이 없다”는 말을 체감할 수 있었어요. 예전엔 ‘스픽 다닌다’고 하면 “그게 뭐야?”라는 반응이 많았는데, 요즘은 오히려 “혹시 스픽 다녀요?”라고 먼저 물어보시더라고요. 부모님도 처음엔 유령 회사 아니냐고 의심하셨거든요(웃음). 그런데 이제는 스픽이 대중적으로 많이 알려지면서, 주변 반응 자체가 완전히 달라졌어요.
통념을 깨는 진정성,
틀리면 트이게 된다
ㅡ 스픽이 실리콘밸리에서 시작된 회사인데, 첫 진출국으로 왜 한국을 선택했을까요?
앱을 처음 만들고 아시아 여러 국가를 시장 조사차 돌았을 때, 한국에서 ‘영어에 진심인 나라’라는 확신이 들었다고 하더라고요. 강남대로를 걷는데 전부 영어 학원이었고, 만나는 사람들 모두 영어 시험 점수는 높은데 말을 잘 못 하는 거예요.
영어를 쓰기는 잘 하는데 말은 잘 못하더
이런 특이한 영어 학습 문제가 보였던 거죠.
ㅡ 이미 영어 교육 시장이 너무 커서 진입장벽이 높진 않았나요?
물론 걱정도 있었어요. 수조 원 규모의 시장이 형성돼 있는 레드오션이니까요. 그런데 그만큼 시장이 크다는 건, 그만큼 풀리지 않은 문제가 있다는 뜻이기도 하잖아요. 특히 한국은 새로운 기술을 빠르게 받아들이는 환경이라 AI 기반 영어 학습이라는 새로운 접근이 통할 수 있겠다고 생각했죠.
많은 비용을 들여도 실제로는 영어로 말하지 못한다는 문제, 모두가 알고 있었지만 해결되지 않았어요. 저희는 처음부터 그런 고여 있던 문제를 해결하겠다는 철학이 되게 명확했어요. ‘말하게 하는 영어’를 중심에 두고 그 진정성을 서비스 안에 녹였고 마케팅에서도 그 결을 유지하려고 해요.
ㅡ 기존 영어 교육 시장의 고여 있던 문제를 어떻게 해결했나요?
저희는 이미 형성되어 있던 수조 원의 시장에 뒤늦게 발을 들인 디스럽터잖아요. 시장의 균열을 내기 위해서는 이 시장에 만연한 통념을 깨야해요. 그래서 우리가 깨야할 가장 보편적이고 기저에 있는 통념이 무엇일까 생각했어요.
영어는 완벽해야 한다
저희가 깨야 했던 가장 보편적이고 가장 깊이 자리 잡은 통념은 바로 이거였어요.
한국에서는 영어가 ‘소통의 수단’이라기보다는 ‘시험 점수’나 ‘평가의 도구’로 여겨지잖아요. 그래서 문법 하나만 틀려도 창피하고, 발음이 조금만 어긋나도 “외국인이 나를 이상하게 보지 않을까?” 걱정하게 돼요. 지금까지 우리가 배워온 영어는 사지선다형 정답을 맞히는 영어였던 거죠. 말 한마디를 꺼내기도 전에 머릿속에서 “이게 맞는 문법인가?”를 먼저 검열하게 되고요. 하지만 그런 완벽주의 강박이 실제로는 영어 말하기에 가장 큰 장애물이 된다는 걸, 저희는 고객 인터뷰를 통해 너무나 많이 확인했어요.
그래서 저희는 ‘완벽하지 않아도 괜찮다’, ‘틀려도 괜찮다’는 메시지를 계속 이야기해 왔어요. 실수를 통해 배우는 것, 그게 진짜 회화의 시작이라고 생각해요. 영어는 말하면서 트이는 거예요. 틀려야, 트이더라고요.

ㅡ 다른 영어 학습 앱들과 어떤 점이 가장 다르다고 느끼시나요?
다른 앱들은 게임처럼 포인트를 쌓거 나 듣고 따라 하기 위주인 경우가 많아요. 저희는 그보다는 사용자가 계속 직접 영어를 내뱉게 하는 경험에 집중해요. 틀려도 괜찮고, 정확하지 않아도 괜찮아요. AI가 계속 피드백을 주고 반복 학습이 가능하게 설계돼 있죠. 결국 영어는 입 밖으로 나와야 익숙해지고, 말하면서 트이는 거니까요.
그래서 저희는 영어를 미친 듯이 말하게 한다는 거예요. 정말 말 그대로요. 예를 들어 하루 20분 수업을 들으면 100문장을 말하게 되거든요. 그만큼 입 밖으로 영어를 꺼내는 경험을 반복하게 하는 거예요. 보통은 영어를 영상으로 보고 글로 공부하잖아요. 그런데 그건 수영을 글로 배우는 것과 똑같다고 생각해요. 실제로 물에 들어가 봐야 하듯, 영어도 말을 내뱉어봐야 트이거든요.
완벽하진 않지만
틀리더라도
영어가 트이더라
말을 통해 영어가 ‘트이는’ 경험. 그걸 주는 데 집중했어요.
ㅡ 스픽은 꽤 이른 시기부터 AI 기반 영어 학습을 이야기해온 걸로 알고 있어요.
맞아요. 한국에 스픽이 런칭한 게 2019년 말인데, 그때부터 저희 CEO는 “10년 안에 모두가 AI로 영어를 배우는 시대가 올 거다”라고 말했어요.
당시는 다들 말도 안 된다고 했지만, 지금은 그 말이 전혀 이상하지 않게 들리죠. 실제로 어떤 유저 분이 “그 시점에 그런 상상을 했다는 게 믿기지 않는다”고 하시더라고요. 생각해보면 AI가 우리의 일상에 본격적으로 자리 잡은 건 고작 2년도 채 되지 않았잖아요. 그런데 그보다 훨씬 전부터 AI 기반 학습 방식을 고민하고 서비스에 녹여왔다는 건, 지금의 스픽을 특별하게 만들어주는 중요한 지점이라고 생각해요.
ㅡ AI가 교육에서 할 수 있는 역할은 어디까지라고 보시나요?
TV가 나왔을 때도 그걸 선생님을 대체하는 수단이라고 생각하진 않았잖아요. AI도 마찬가지예요. 교육에서의 AI는 ‘대체’보다는 훌륭한 도구라고 생각해요. 어떻게 활용하느냐는 결국 사람의 몫이고요. 특히 AI가 가장 잘할 수 있는 건 초개인화된 학습이에요. 예전에는 교사 한 명이 여러 학생을 가르치는 구조밖에 없었지만 AI는 개인의 수준에 맞는 진단과 피드백, 커리큘럼 제공이 가능하거든요.
그래서 "AI가 사람을 대신할 수 있느냐"보다 더 중요한 건, "AI가 얼마나 더 나은 학습 환경을 만들 수 있느냐" 그리고 "그 안에서 사람은 어떤 역할을 하게 될 것이냐" 라고 생각해요.
로우 에고
하이 프로페셔널리즘
ㅡ 스픽 팀에서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핵심 가치는 무엇인가요?
저희가 팀에서 가장 중요하게 여기는 가치는 Low Ego, High Professionalism이에요. 말을 풀어보면 ‘일은 정말 잘하는데, 쓸데없는 자존심은 없는 사람’이라고 할 수 있죠. 자존감은 높지만 자기 포장은 없는, 말 그대로 ‘에고(ego)’가 없는 사람이요. ‘에고(ego)’라는 개념이 조금 생소할 수도 있는데, 쉽게 말하면 "나는 괜찮은 사람이다”라는 믿음은 있지만 그걸 굳이 계속 드러내려고 하지 않는 태도라고 보시면 될 것 같아요.
이게 단순한 문화 적 덕목이 아니라, 스픽에서 함께 일할 수 있는 조건이기도 해요. 다양한 시도를 빠르게 해보려면 누가 맞고 틀리느냐는 크게 중요하지 않거든요. “일단 해보자”는 분위기, 그리고 그 안에서 서로에 대한 긍정적인 호기심. 그게 팀이 움직이는 원동력이 되는 것 같아요.
ㅡ 일하면서 이런 핵심 가치를 체감했던 순간이 있으셨나요?
진짜 많죠. 기억나는 건 1월 메인 캠페인 준비 때예요. 한국에서는 1월이 영어 학습 시장의 피크 시즌이잖아요. 저희는 거의 3개월 전부터 캠페인을 준비하거든요. 그런데 캠페인 직전에 너무 안타까운 일이 있었고, 국가 애도 기간이 선포됐어요. 그때 모든 팀원이 함께 모였는데, 아무도 불안해하거나 책임을 따지지 않았어요. 다들 "우리가 통제할 수 없는 건 받아들이자. 그 안에서 우리가 할 수 있는 걸 하자"고 했고, 모두가 그 자리에 바로 동의했어요.
그리고 정말 일사천리였어요. 캠페인 강도는 조정하고, 매일매일 데이터를 뜯어보면서 바로바로 반응하고 이터레이션했죠. 결국 다시 그래프가 올라가더라고요.
좋은 팀의 진가는
힘들 때 나온다고 생각해요
우리가 지금까지 쌓아왔던 서로에 대한 신뢰와 일하는 방식, 나를 내려놓고 문제를 해결하는 그 팀십이 그때 굉장히 빛을 바라지 않았나 싶습니다.
ㅡ 스픽 팀이 일할 때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자세는 무엇인가요?
세 가지 정도로 얘기할 수 있을 것 같아요.
첫 번째는 긍정적인 호기심이에요. 모든 질문은 평가나 공격이 아니라 “이건 왜 이럴까?”라는 열린 마음에서 시작하죠.
두 번째는 역할의 경계를 긋지 않는 태도. “이건 제 일이 아닌데요”가 아니라, 지금 필요한 일을 함께 하는 게 더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세 번째는 힘을 빼는 것이에요. 멋있을 필요 없고, 성대할 필요도 없어요. 그냥 청바지 입고 파란 소파에 누워서 잡담하다가 재미있는 아이디어 나오면 바로 실행하는 거죠. 그게 스픽이에요.

ㅡ 성과를 만드는 팀워크에는 어떤 노하우가 있다고 보세요?
특별한 노하우는 없지만, 저희가 자주 하는 말이 있어요.
"될 때까지 한다"
"어떻게든 되겠지"
근데 그게 단순한 낙관이 아니라, 진짜 뭔가 안 되면 “왜 안 됐지?” 하고 모여서 이야기하고, “오늘은 됐나?”, “다시 해보자” 하면서 또 시도해요. 실패가 와도 덤덤하게, 또 해보는 거죠. 실패가 실패로 끝나지 않도록 하는 것, 그게 결국 저희가 말하는 성공의 방식이에요. 누가 혼자 잘해서가 아니라, 같이 부딪히고, 끝까지 밀고 가는 힘이 팀 전체에 배어 있어요. 그래서 성과가 나왔을 때, 그 안에는 단순히 좋은 아이디어만 있는 게 아니라, 그걸 되게 만든 팀십이 함께 담겨 있다고 생각해요.
ㅡ 그렇다면 스픽 팀의 가치에 부합하는 인재 분들을 모시기 위해서, 채용 과정에서 검증하는 가장 중요한 가치는 어떤 게 있을까요?
저희는 ‘호기심’과 ‘경청’을 되게 중요하게 봐요. 예를 들어 CRM 마케터를 뽑는다고 하면, 단순히 푸시 메시지를 쓰는 게 아니라 그 데이터가 어떻게 저장되는지, 어떤 기술이 기반이 되는지까지 궁금해하는 사람이 좋은 분이에요.
그리고 아주 사소한 예지만 저는 개인적으로 A라는 질문을 했을 때 A에 대한 답을 하는 사람을 찾고 싶어요. 생각보다 많은 분들이 질문을 들으면서 “내가 뭘 말하고 싶은지”에 집중하거든요. 그런데 그건 에고에서 나오는 거예요. 질문자보다 내가 더 중요하다는 생각. 조금 솔직히 말씀드리면 그런 분들은 스픽 팀과 함께 일하기 어려워요.

ㅡ 스픽에서 일하면서 가장 좋다고 느낀 점은 무엇인가요?
입사할 때만 해도, 사실 스픽이 지금처럼 크게 성장할 거라고 확신하진 못했어요. 근데 그 당시 팀원들의 분위기가 너무 좋아 보였어요. SNS에서 봤던 라이프스타일이랄까… 다들 되게 열심히 일하는데도 즐겁고 자신의 삶도 되게 잘 챙기는 모습이 인상 깊었어요.
ㅡ 치열하게 일하면서도 자기 삶을 잘 챙기는 팀, 실제로 보기가 쉽진 않잖아요. 그런 문화가 스픽 안에서 지금까지도 유지되는 비결이 뭘까요?
사실 특별한 무언가를 만든 건 아니에요. 사람들과 편하게 이야기 나누고, 잡담하다가 나온 아이디어를 재미있게 바로 실행해보는 식으로 일하다 보니 그 분위기가 자연스럽게 팀 전체에 퍼졌던 것 같아요. 그러다 보니 주변에서도 “스픽 팀, 진짜 재밌게 일하네”, “일을 즐기는 것 같다”는 얘기를 많이 해주시고요. 이런 자유롭고 격 없는 분위기는 초창기부터 팀 안에 있었고 저희는 그걸 계속 이어가고 싶어요.
한편으로는 이 방식이 진짜 효과적이라는 걸 성과로 보여주고 싶다는 책임감도 있어요. 신나게, 격 없이 일해도 이렇게 성장할 수 있다는 걸 증명해 보고 싶은 거죠. 그러려면 결국 결과로 보여드려야 하니까요. 그게 스픽 팀이 지금도 놓지 않고 있는 긴장감이자 원동력인 것 같아요.
맞느냐 틀리느냐보다,
일단 해보는 팀
ㅡ 스픽 코리아 팀과 본사 간의 협업 방식은 어떻게 이루어지나요?
저는 디자이너로 입사하고 얼마 안 됐을 때였는데요. 랜딩 페이지 디자인 초안을 만들고 메신저에 공유했더니 CTO가 이런저런 피드백을 남겨줬어요. 그동안의 회사 경험으로는 디자이너는 그런 코멘트를 받으면 바로 수정하는 사람이었거든요. 그래서 저는 바로 반영해서 “이렇게 바꿨어, 맞아?”라고 다시 보냈더니 갑자기 CTO가 이렇게 말하는 거예요.
나는 그냥 의견을 준 거야
결정은 너랑 실무자가 하는 거지
그게 신선한 충격이었어요. ‘내가 주도적으로 결정할 수 있는 사람이구나’라는 생각이 들었던 첫 순간이었어요.

ㅡ 그렇게 자율성이 큰 문화라면, 커뮤니케이션 과정에서 어려움은 없나요?
물론 있어요. 물리적으로 떨어져 있고 시차도 있고, 언어 장벽도 있으니까요. ‘외국인 상사’, ‘미국 본사’라는 점에서 오는 어려움이 있는 건 사실이에요.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일하는 방식은 어쨌든 ‘스픽답게’ 풀어가는 게 자리 잡혀 있어요. 특히 중요한 결정이나 방향성에 대해서는 정말 치열하게 논의해요. 질문도 날카롭고 검증 과정도 쉽지 않아요. 하지만 그 얼라인이 한 번 맞춰지면, 이후 실행은 정말 실무자가 책임지고 주도적으로 움직일 수 있어요.
그게 가능한 이유는 질문이 ‘컨펌을 받기 위한 질문’이 아니라 ‘같이 더 나은 방향을 찾기 위한 질문’이라는 걸 모두가 알고 있기 때문이에요. 질문을 공격이 아니라 긍정적인 호기심으로 받아들이는 문화, 그게 스픽 문화에서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ㅡ 그런 분위기를 단적으로 보여주는 사례가 있다면요?
저는 그게 스레드(Threads)였던 것 같아요. 인스타그램이 새로 론칭한 SNS였는데, 출시 당일 근희님이 “우리 이거 해보자”고해서 바로 시작했어요. 그렇게 둘이서 재미 삼아 올린 글이 꽤 큰 반응을 얻었고, 결국 지금은 10만 명이 넘는 팔로워가 있는 채널이 됐어요. 브랜드 인지도를 높이는 데도 분명히 기여했고요. 근데 이걸 하면서 누군가의 컨펌을 받은 건 아니었어요.
“이건 우리가 잘할 수 있는 일이다”라는 믿음이 있었고, 그래서 그냥 바로 실행했어요. 결과가 잘 나오니까 “계속해봐요”라고 응원을 해주신 거고요.

ㅡ 그런 실행력 뒤에는 기준이나 원칙이 있겠죠?
그럼요. 무작정 해보자는 건 아니에요. 스픽 내부에는 명확한 기준이 있어요:
- 실행했을 때 리스크가 크지 않고,
- 원복이 가능하며,
- 데이터가 없어서 시도해볼 가치가 있는 일
이라면 빠르게 실행해요. 반대로, 비용이 크고 되돌릴 수 없는 일이라면 철저하게 시나리오와 플랜을 검토한 뒤 진행해요. 그러니까 무턱대고 자유로운 게 아니라, 실행과 책임의 균형을 맞춰 일하는 거죠.
ㅡ 이효리 님 브랜드 캠페인도 본사 설득 과정이 쉽진 않았을 것 같은데요.
맞아요. 예를 들어, 효리 님을 첫 브랜드 캠페인 모델로 기용할 때가 그랬어요. 사실 한국에서는 “이효리”라는 이름 하나면 다 설명이 되지만, 본사에서는 한국 시장에 대한 맥락이 없으니까요. 그래서 당시 본사를 설득하기 위해 7~8페이지짜리 문서를 따로 만들었어요. 효리 님이 이전에 어떤 브랜드와 함께했는지 그 결과 어떤 임팩트가 있었는지, 일일이 정리해서 공유했죠. 단순히 유명인이라는 설명이 아니라 구체적인 사례와 데이터를 기반으로 설득하는 거예요. 그 결과 본사에서도 충분한 논의와 합의 끝에 납득하는 결정을 내릴 수 있었고 결국 캠페인은 성공적으로 런칭됐어요.
ㅡ 이런 구조가 오히려 실행력을 높여주는 것 같네요.
맞아요. 내부적으로 합이 잘 맞고, 실무자에게 권한이 있으니까 일이 빨리 돌아가요. 저희는 항상 판단 기준을 명확히 해요. 빠르게 실행해도 되는 일인지, 아니면 확실한 얼라인이 필요한 일인지 이 기준이 명확하니 실행 속도는 빨라지고 리스크는 줄어들어요.
무엇보다도 스픽 팀은 이 문화를 공유해요.
‘맞느냐 틀리느냐’보다는
’빨리 해보자’
진심을 담아
브랜드를 만든다는 것
ㅡ 스픽 코리아 팀은 마케팅 본부 중심으로 구성되어 있는데요. 단순히 ‘팔기만 하는 팀’으로 보이지 않기 위해 어떤 노력을 하고 계신가요?
감사하게도 많은 분들이 스픽을 단순한 마케팅 브랜드가 아니라, 진정성 있는 사람처럼 느껴지는 인격체로 아껴주시고 좋아해 주세요. 그래서 이게 얼마나 소중하고 중요한 가치인지 본사에도 자주 공유하고 있고, 팀 내부에서도 그 감각을 잃 지 않으려 늘 노력하고 있어요. 저희가 하는 말과 메시지에 스스로도 정말 진심이냐는 질문을 자주 던져요. 단순히 캠페인을 만드는 게 아니라, 우리가 믿는 바를 얼마나 온전히 담고 있느냐가 더 중요한 것 같아요.
그런 감각을 유지하기 위해 유저와 직접 만나는 접점도 꾸준히 만들고 있어요. 지금도 ‘유저 30분과 커피차 타기’ 프로젝트처럼, 유저분들을 직접 만나 대화하고 있어요. 저희가 해결하고자 하는 게 단지 기능적인 문제나 마케팅 미션이 아니라, 실제 사람들의 진짜 문제라는 걸 잊지 않기 위해서요.
ㅡ 스픽 팬덤 이야기도 인상 깊어요. 팬미팅도 직접 하셨다고요?
맞아요. 한 번은 강남 메가박스 영화관을 빌려서 팬미팅을 연 적이 있어요. 저도 처음엔 “아이돌도 아닌데 무슨 팬미팅을 해?” 싶었거든요. 근데 정말 한 관이 꽉 찰 정도로 많은 분들이 오셨어요. 너무 의아했죠, “우리를 왜 이렇게 좋아해 주시지?” 그걸 정의해보자고 팀 안에서 계속 이야기했어요. 그리고 나왔던 제일 중요한 키워드가 바로 진정성이었어요. 단순히 말로만 하는 게 아니라, 서비스부터 메시지, 마케팅까지 전반에 진정성이 녹아들 수 있도록 계속해서 고민하고 있어요.

ㅡ 팀 안에서는 진정성에 대한 감각은 어떻게 공유하시나요?
저희는 한 달에 한 번씩 팀이 모여서 우리가 만든 콘텐츠나 크리에이티브들을 함께 봐요. 그리고 “이건 왜 잘 됐을까?”, “이건 왜 별로였지?”를 이야기하죠. 근데 꼭 결론은 그거예요. “이건 진짜 그 사람 같았어요.”, “진심이 느껴졌어요.” 그게 가장 강력한 기준이더라고요.
ㅡ 단순히 브랜드를 알리는 걸 넘어서, 스픽만의 방향성을 함께 만들어가는 팀이라는 느낌이 들어요. 스픽 코리아 팀의 역할을 어떻게 정의하고 계세요?
맞아요. 스픽에서 한국은 가장 많은 유저가 있는 시장이고, 가장 시장이 성숙한 마켓이기도 해요. 처음 5년 동안은 한국 외 시장이 아예 없었고, 그래서 저희가 마케팅뿐만 아니라 회사 전체의 플레이북을 실험하고 만드는 팀이었어요.
지금도 여전히 그런 마음이에요. 단순히 인풋을 전달하는 지사가 아니라, 아무도 해보지 않은 새로운 길을 먼저 그리고 실험하는 팀. 스픽이 어떤 방향으로 가야 할지를 함께 고민하고 실제로 만들어가고 있다고 생각해요.
정답보다 방향을,
완성보다 가능성을
ㅡ 올해 가 장 집중해서 달성하고자 하는 목표는 무엇인가요?
한국과 글로벌 목표가 각각 다를 텐데요. 글로벌 차원에서는 아주 명확해요. 언어를 공부하고 싶을 때 가장 먼저 떠오르는 브랜드, 사람들이 머릿속에서 바로 스픽을 떠올릴 수 있는 수준까지 가는 거예요. 2022년 말에 한국에서의 러닝을 바탕으로 일본에 진출했고, 2023년에는 전 세계 40개국 이상에서 서비스가 확장됐어요. 지금은 영어뿐 아니라 영어권 사용자들이 스페인어도 공부할 수 있게 되었고요. 이제는 한국 외의 시장에서도 주류 언어 학습 대안으로 자리잡는 것, 그게 올해의 큰 목표예요.
한국에서는 저희가 2년 전쯤 “한국에서 영어 공부의 1등 브랜드가 되자”는 목표를 세웠는데, 감사하게도 그 목표는 이미 달성했어요. 이제는 다음 깃발을 어디에 꽂아야 할지, 어떤 방식으로 그다음 챕터를 써 내려가야 할지를 팀 전체가 함께 고민하는 시기예요. 지금까지 잘해왔던 방식만으론 다음 단계로 갈 수 없다고 생각해요. 그래서 지금까지는 맞았지만, 앞으로는 틀릴 수도 있는 길을 기꺼이 시도해보는 것. 그게 올해, 스픽이 하고자 하는 작지만 큰 모험이에요.
ㅡ 궁극적으로 스픽이 그리는 미래는 어떤 모습인가요?
10년, 20년 후의 스픽은 단순한 언어 교육 앱에 머무르고 싶지 않아요. 스픽의 비전은 ‘사람들이 무언가를 배우는 방식 자체를 혁신하는 것’이고, 그 출발점이 언어였던 거죠. 교육의 효과를 극대화하는 가장 확실한 방법은 ‘초개인화’예요. 수많은 논문과 리서치가 증명해왔듯이, 학습은 결국 개인의 속도와 방식에 맞춰질 때 가장 효과적이에요. AI는 그걸 가능하게 해주는 도구죠.
우리는 AI를 활용해 학습 효율을 높일 뿐만 아니라, 사람들의 잠재력을 극대화하는 방식으로 교육의 판을 바꿀 수 있다고 믿어요. 그래서 언젠가는 언어뿐만 아니라 수학, 음악, 운동 같은 다른 모든 배움의 방식까지 혁신하는 브랜드, 스픽이 그런 브랜드가 될 수 있다고 믿고 있어요.
ㅡ 그런 스픽을 만들기 위해, 팀은 앞으로 어떻게 나아가야 할까요?
회사 규모와 시장이 커질수록 팀이 해야 할 역할도 달라진다고 생각해요. 이제는 더 많은 시장, 더 다양한 사용자에게 일관된 브랜드 경험을 전달해야 하다 보니 디자인의 통일성 같은 것도 중요한 숙제가 됐어요. 마켓마다 추구하는 스타일이 다르다 보니, 어디까지 유연하게 열어두고 어디는 가드레일을 쳐서 일관성을 가져가야 할지 고민이 많죠.
브랜드 관점에서는 사람들의 정체성을 담아낼 수 있는 브랜드가 되었으면 좋겠어요. 사람들이 “나는 스픽을 쓰는 사람이다”라고 말할 수 있는, 그만큼 정체성과 철학이 분명한 브랜드요. 단지 영어를 잘하게 해주는 서비스가 아니라, 철학과 태도가 분명한 브랜드였으면 좋겠어요.
틀려라 트일 것이다
도전에는 어떤 미학이 있다
이러한 메시지를 통해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고 도전하는 사람들, 타인의 실수에도 너그러울 수 있는 사람들이 늘어났으면 해요. 그게 바로 스픽이 진짜로 이루고 싶은 변화이고 브랜드가 전화고자 하는 가치예요.

ㅡ 마지막으로 스픽 유저분들께 꼭 전하고 싶은 말씀이 있다면요?
지금처럼 계속 사랑해 주시는 만큼 저희도 늘 진심으로 발전해 나가겠습니다. 앞으로도 예쁘게 지켜봐 주세요. 그리고 저희가 지금까지 성장해올 수 있던 건 유저분들이 단지 잘 써주셔서가 아니라 많은 피드백을 주신 덕분이라고 생각해요, 쓴소리도 칭찬도 개선 요청도 모두 하나하나 덕분에 지금의 스픽이 존재한다고 생각합니다.
너무 감사하게도 많은 사랑을 받고 있지만 아직 부족한 점이 너무 많은 브랜드라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더더욱 이 사랑을 당연하게 여기지 않으려고 해요. 그 마음이 얼마나 큰 의미인지, 매 순간 되새기며 일하고 있어요. 앞으로도 그 진심을 잃지 않고 더 좋은 브랜드로 성장해가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