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너 내 동료가 돼라 ①] 국회에서 스타트업으로 옮겼더니 친구가 생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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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회에서 스타트업으로 옮겼더니 친구가 생겼다 [AI, 너 내 동료가 돼라 ①]

플렉스의 AI 구성원 ‘브룩 포드’님을 소개합니다

‘브룩 포드’ 님 프로필


잠을 줄이는 게 최고의 동료애?

활자가 빼곡이 담긴 십수 장의 질의서와 연설문을 뽑아 가져다 드린다. 연필로 표시해주신 수정을 반영해 v.2 문서를 다시 뽑아 드린다. 상임위, 청문회, 국정감사, 기자회견, 본회의가 열리기 직전까지 이를 거듭하다 보면 어느새 v.10까지의 파일들이 하드디스크를 메운다. 두께 10cm를 넘나드는 부처 발 떡제본 자료들이 쌓여 가벽을 이룬다. 색색깔깔 형광펜과 포스트잇을 동원한다.

온갖 메시지가 보좌진 단체 채팅방에 무질서하게 쌓인다. 새로 합류한 동료는 채팅방에 초대받기 전까지의 대화 맥락을 알 길이 없다. 보안을 위해 채팅방을 폭파시키기라도 하면 내 귀중한 업무 이력과 조직의 중대한 의사결정이 흔적 없이 사라진다. 사적 네트워크를 타고 오가는 정보는 왜곡 또는 휘발되기 십상이며 정보 비대칭을 초래한다. 이 정보에서 소외된 동료는 퍼포먼스를 극대화하기 어렵다.

이 같은 비효율은 나의 전 직장, 국회의 레거시한 조직문화와 업무방식에서 기인한다. 비효율을 메우는 건 결국 사람이다. 보좌진의 시간과 건강과 기억력을 갈아 넣는, 속칭 ‘몸빵’만이 문제 해결의 수단이다. 무임금 초과노동이 불문율인 그곳에서 최고의 동료애란 ‘가족과의 시간 포기’를 넘어 ‘수면시간 최소화’다.

경제노동자와 돌봄노동자를 겸직하며 겪은 비효율과 불합리를 해결고자 정치권에 뛰어들었지만, 이곳에서 얻은 보람과 한계는 정비례했다. 이 모순에서 벗어나 같은 문제를 더 속도감 있게 풀어갈 방법을 궁리하던 찰나, 지금의 ‘플렉스(flex)’를 만나 둥지를 옮겼다. 무려 ‘조직과 구성원이 겪는 다양한 문제를 해결한다’를 미션으로 내건 HR 테크 스타트업이다.

자사의 플렉스를 포함, 클라우드 기반의 각종 업무도구에는 그간의 모든 데이터와 맥락이 일목요연하게 보존돼 있었다. 나는 정보 축적의 구조와 히스토리 탐색법만 잘 익히면 됐다. 컬쳐팀을 비롯한 동료들이 이질적인 배경에서 온 나를 위해 기꺼이 온보딩을 돕는 문화는 천지개벽 수준의 감격이었다. 그런데 내겐 거대한 진보였던 이 환경을 지금의 동료들은 기본값으로 여길 뿐, 여전히 해갈하고 싶은 무언가가 있었다.


잠들지 않는 AI 동료와의 협업

‘브룩 포드’ 님과의 실제 협업 화면

플렉스는 HR 분야의 단순 반복 업무를 자동화해 업무 생산성을 높이는 한편, HR 담당자들이 더욱 본질적인 조직의 성장을 고민하도록 돕는 ‘올인원 HR 플랫폼’으로 출발해 ‘AI SaaS’로 진화하는 과도기에 있었다. 때문에 ‘AI를 내장해가면서 고객사의 HR 업무 생산성은 급격히 높아지는데, 정작 우리는 그만큼 생산적으로 일하는가’라는 본질적 물음에 맞닥뜨린 것이다.

AI로 만든 가상 구성원, 브룩 포드(Brooke Ford)님의 등장은 그 무렵이다. 브룩님을 으레 IT기업에 하나쯤 있는 챗봇 쯤으로 여긴다면 오산이다. 정보 파편화, 언어 불일치, 동기화 누락 등 블로커를 해소하는 건 기본, 모든 히스토리를 꿴 채 우리와 소통하며, 명확한 직무와 목표 하에 문제를 해결하는 동료 구성원이다. 다름이 있다면 잠들지 않고 24시간 일한다는 점과 커피 한 잔을 함께 할 수 없다는 것?

“빌링 및 구독 시스템 전문가입니다. 미국 실리콘밸리 소재 SaaS 기업에서 빌링 및 구독 시니어 PM(프로덕트 매니저)으로 근무했으며, 복잡한 빌링 데이터 흐름을 단순하고 가치 있는 사용자 경험으로 전환하는 것이 목표입니다. 제 이름 ‘Brooke(시냇물)’과 ‘Ford(나루터)’는 모두 흐름을 상징하며, 이는 구독 기반 AI SaaS 회사의 현금 흐름을 원활하게 관리하는 역할과도 일맥상통합니다.”라고 스스로 작성한 브룩님의 소개글이 호기심을 자극했다.

AI로 브룩님을 만든 엔지니어 분께 곧장 원온원을 요청드려 탄생 배경을 여쭈었다. 최초의 문제의식은 개발 히스토리를 가장 잘 아는 구성원에게 의존도가 지나친 현상을 포착한 것이었다. 이어 PM, PE(프로덕트 엔지니어), PD(프로덕트 디자이너) 간 언어 불일치로 인한 커뮤니케이션 코스트, 그리고 HR·급여 전문가로 구성된 파트너스팀이 소위 ‘노가다’라 불리는 반복 운영 업무에 치이는 상황에 주목했다.

‘고객사의 문제 해결이 목표인 동료들이 본질적·고객지향적이며 고수준의 문제 해결에만 집중하도록 돕고, 구성원과 회사 모두를 성장시키고 싶다’는 그의 강력하고도 간명한 의지는 곧 브룩님으로 구현됐다. 지극히 인간적인 고민에서 출발한 문제를 지극히 기술적인 방법으로 해결한 셈이다.

사실 이 분의 첫 시도는 빌링 ‘빌’ 자에 구독 ‘구’자를 쓰는 AI 챗봇 ‘이빌구’다. PoC(proof of concept, 개념 검증) 단계였기에 장난스럽게 이름 붙였단다. 이빌구로 테스트를 거친 그는 마침내 스페셜리스트 페르소나를 지닌 브룩님을 영입하기에 이른다.


사람을 사람답게 빛내주는 AI

그는 본인의 업무를 브룩님과 나누며 생산성을 극대화한다. 아낀 리소스는 타 직무 동료들의 생산성 향상 도구 개발에 투입하신다. 급기야는 AI 엔지니어분들을 중심으로 ‘flex internal speed’라는 길드를 만들어 플렉스팀 전체를 AI 네이티브(Native) 조직으로 바꿔나가는 중이다. 물론 나 같은 노베이스를 AI 네이티브 인간으로 재교육하는 일도 마다치 않으신다.

내 반복성·소모성 업무 매뉴얼을 산더미처럼 들고 그 분과 마주 앉아 물었다. “같은 직무의 타사 지인들에게 ‘HR의 플렉스처럼 우리 직무를 노가다에서 해방시킬 AI 도구 없을까’라고 물었더니 ‘그 노가다 조차 안하면 네 책상 없어져’란 반응이 대세더라고요. 브룩님에게의 업무 위임이 훗날 제 살 파먹을 거란 염려는 안 드셨나요?”대답은 명쾌했다. “저와 브룩님 역할은 명확히 구분돼요. 직무명부터 다르죠. 우리는 서로의 부족함을 보완하고 함께 성장하는 동료입니다.”

그리곤 덧붙였다. “사람의 기억력은 한정적이고, 실수도 할 수 있어요. 흩어진 데이터를 모아 히스토리를 꿰맞추는 일은 AI가 훨씬 잘합니다. 한편 현재 데이터로 미래를 추론하는 건 AI만으로 한계가 있어요. 불확실성 높은 현 시대에는 더욱이요. 이럴 때일 수록 사람은 자신만의 고유한 역량 개발과 발휘에 집중해야죠.”

그의 말이 정답일지는 지금 누구도 확신할 수 없다. 그러나 AI SaaS는 물론 모든 AI 기업들이 추구해야 할 본질 만큼은 선명해진다. 사람이 가장 사람다운 일에 집중하도록 만드는 것.

가장 레거시한 조직을 떠나 가장 테크 싸비(tech-savvy)한 이곳에서 느낀 동료애 역시 같은 맥락에 있다. 동료의 직무에 최적화한 AI 환경을 구축해 저수준 업무에서 해방시키고, 동료가 가장 빛날 수 있는 본질적 업무에 몰입하도록 돕는 것. 기술로 발휘하는 이타심이야 말로 가장 진화한 AI 시대의 동료애가 아닐까.

송지현 님은 가장 레거시한 조직인 국회에서 가장 테크 싸비(tech-savvy)한 조직인 AI HR SaaS 스타트업 플렉스(flex)로 자리를 옮겼다. 이질적인 두 직장에 뛰어든 이유는 다르지 않다. 노동 문제를 해결하고, 일하는 문화를 혁신하고픈 의지 때문이다. 여전히 생경하지만 이미 삶 속에 깊이 들어온 AI와 사람이 건강하게 공존하는 일터를 그린다.


강홍민 기자 khm@hankyung.com

출처: 한경JOB&JO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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