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재 확보전에서 기업별로 취해야 할 전략은?

인재 확보전에서 기업별로 취해야 할 전략은?
AI로 분석한 보상 중심 직무 지도
기업이 전략을 세울 땐 인재가 필요하고, 인재를 데려올 땐 보상이 필요하다. 그래서 연봉은 단순한 숫자가 아니다. 연봉은 곧 기업의 투자 우선순위를 보여주며, 조직 전략의 가장 정직한 언어다. 하지만 직무·직급별 연봉 정보는 전언과 추측에 의존할 뿐 투명하게 공개된, 신뢰할 만한 연봉 테이블은 사실상 없었다. 그래서 HR 플랫폼 플렉스가 축적한 인사 데이터를 기반으로 직무·직급별 연봉 분포를 파악했다.
모든 시장임금 통계는 ‘직무’를 기준으로 구성된다. 같은 조직 내에서도 직무에 따라 기대하는 성과와 책임, 희소성이 다르기 때문에 보상 수준을 비교하려면 먼저 직무라는 기준이 정교하게 정의되어야 한다. 플렉스 HR 데이터는 AI를 활용해 사전에 정의한 판단 규칙을 기반으로 근로자 데이터를 표준 직무·직급 체계에 맵핑했다. 직무·직급 조합별로 연봉 정보를 집계하고, 상위 5%, 10%, 25%, 50%(중앙값), 75%, 90%에 이르는 백분위 기반의 보상 구간(Pay Range)을 도출했다.
‘보상 중심 직무 지도’는 시장의 절대적인 보상 수준과 상대적인 격차를 함께 들여다볼 수 있다는 점에서 의의가 있다. [그림 1]을 보면 시장은 모든 직무에 같은 방식으로 보상하지 않는다. 어떤 직무는 보상이 균질하게 분포되어 있고, 어떤 직무는 사람이나 회사에 따라 보상 수준이 천차만별이다. 이 격차는 단순한 평균값만으로는 보이지 않는다. 보상 중심 직무 지도는 이를 마치 지도 위의 섬처럼 시각화해 각 직무가 시장 내에서 어떤 전략적 위치에 놓여 있는지를 입체적으로 보여준다.

두 가지 차원이 이 지도를 구성한다. 가로축은 표준 중위연봉이다. 이 값은 해당 직무가 시장에서 평균적으로 어느 정도의 보상을 받고 있는지를 나타낸다. 즉, 절대적인 보상 수준과 조직 내 전략적 위상이 높은 직무일수록 오른쪽에 배치된다. 세로축은 표준 연봉격차다. 이는 해당 직무에 대해 시장이 얼마나 공통된 보상 기준을 가지고 있는지를 나타낸다. 모두에게 일관된 수준의 보상이 형성되는 직무일수록 아래쪽에, 반대로 사람이나 조직에 따라 보상 수준이 크게 달라지는 직무일수록 위쪽에 위치한다.
우측 상단에 위치한 COO의 경우, 시장임금은 다른 모든 직무와 비교했을 때 독보적으로 높다. 하지만 동시에 어떤 조직에 있는지에 따라 임금 수준이 크게 달라진다. 이제 막 시리즈 A 투자를 받은 스타트업의 COO와 중견 규모의 상장사 COO의 연봉을 단순히 ‘중위연봉’이라는 하나의 차원으로만 파악하려고 해서는 안 되는 이유다. 다른 직무 역시, 중위연봉과 연봉격차를 함께 고려해야만 숫자에 담긴 맥락을 이해할 수 있다.
이를 더 구조적으로 읽어내는 방법은 매트릭스를 적용하는 것이다. 평균값을 기준으로 지도상에 여러 직무를 몇 가지 유형으로 묶을 수 있도록 사분면으로 구분했다. 평균값을 기준으로 직무들을 네 개 영역으로 구분하면, 기업들이 어떤 직무에는 경쟁적으로 투자하고, 어떤 직무에는 안정적으로 보상하며, 또 어떤 직무에는 선택적으로 자원을 배분하는지를 직관적으로 이해할 수 있다.
같은 ‘엔지니어’라도 세부 직무에 따라 다른 보상 전략 필요
‘고보상+고격차’, 경쟁적 투자 영역으로 분류된 1사분면에는 사업개발/전략기획, 법무/계약 관리, 풀스택 엔지니어, 데이터 엔지니어 등과 같은 직무가 포함됐다. 이들은 전체적으로 시장임금이 높게 형성되어 있지만, 실질임금 수준은 조직·개인에 따라 격차가 큰 편이다.
예를 들어, 데이터 엔지니어는 시장 전반에서 높은 보상을 받지만, 회사마다 제시하는 금액 차이가 크다. 도메인에 특화된 데이터 구조를 다룰 수 있는 인재일수록 희소성이 높아 조직마다 보상 경쟁이 치열하게 벌어진다.
‘저보상+고격차’, 선택적 투자 영역으로 분류된 2사분면에는 AM(어카운트 매니저), 생산계획 관리, 공정 엔지니어 등 일부 직무가 포함된다. 평균 연봉은 낮지만, 특정 조직에서 전략적으로 투자할 경우 예외적으로 높은 임금이 책정되기도 한다. 일례로 공정 엔지니어는 평균 보상 수준은 높지 않지만, 특정 제조업이나 고부가가치 산업에서는 핵심 공정의 품질과 직결되는 역할로 인식돼 적극적인 보상이 이뤄지기도 한다. 산업·기업의 전략 방향에 따라 몸값이 크게 갈리는 유형이다.
저보상+저격차, 표준화된 영역으로 분류된 3사분면에는 CS 매니저, HRD(교육/조직문화), 설비 유지보수 엔지니어 등 직무가 속했다. 이 영역은 상대적으로 낮은 임금을 안정적으로 유지하는 직무가 많아, 대규모 채용보다 내부 인력 육성에 방점을 둔다. 설비 유지보수 엔지니어는 비교적 낮은 수준의 보상이 안정적으로 유지되는 직무로, 시장 전반에서 유사한 수준의 임금이 형성된다. 자동화·아웃소싱 등으로 효율화 전략을 취하는 경우가 많아 조직 내부의 보상 수준이나 편차가 크지 않다.
‘고보상+저격차’, 안정적 고보상 영역으로 분류된 4사분면에 포함되는 직무는 기술 영업, AI/ML 엔지니어, 시스템엔지니어 등이 대표적이다. 대다수 기업에서 이 직무에 높은 수준의 보상을 하는 데 공감대가 형성되어 있으며, AI/ML 엔지니어의 경우, 모든 산업에서 AI 역량의 중요성이 커지면서 시장 전반에 ‘무조건 공격적으로 보상한다’는 공감대가 형성된 직무다. 덕분에 기업 간 보상 수준의 차이는 크지 않지만, 평균 자체가 높아 안정적 고보상 영역으로 분류된다.
HR 시장에서 각 직무에 대해 어떤 보상 전략이 우세한지를 파악하면, 기업은 그에 맞 는 인재 영입·유지 전략을 세울 수 있다.
1사분면 직무는 보상 수준이 높고 기업 간 제시 조건의 편차도 크다. 희소성과 협상력이 인재 쪽에 집중돼 있어, 채용 시점에서 차별화된 보상 패키지를 제시하지 않으면 영입 자체가 어렵다. 금전적 조건은 물론, 계약 구조·성과 인센티브·복리후생을 맞춤형으로 설계해 경쟁사의 오퍼를 압도해야 한다. 이 영역에서는 지금 즉시 인재를 데려오는 속도와 유연함이 핵심 경쟁력이다.
반면 2사분면 직무는 평균 보상은 낮지만 일부 기업이 전략적으로 높은 보상을 제공한다. 산업과 사업 모델에 따라 중요도가 달라지는 경우가 많아, 미래 전략과의 정합성을 먼저 검토해야 한다. 현재 핵심 전략과 직결된다면 단기 집중 투자를, 그렇지 않다면 필요 시점까지 유지 전략을 택하는 것이 합리적이다.
3사분면 직무는 상대적으로 일관된 낮은 보상 구조를 보이는데, 이 경우 전반적으로 시장 내 커리어 성숙도가 높은 편은 아니기 때문에 외부에서 우수 인재를 찾는 것보다 내부에서 육성하는 전략이 더 빠르고 효과적일 수 있다. 마찬가지로 채용 과정에서는 급여 경쟁력보다는 명확한 역할과 다양한 분야에서 전문성을 쌓을 수 있는 학습·멘토링 기회를 강조하는 것이 유리하다. 장기적으로는 자동화·디지털 도구와 결합해 효율성을 높이는 방안을 모색하고 내부 경쟁력을 유지해야 한다.
가장 공격적인 고보상 전략을 우선해야 하는 직무는 4사분면에 위치한다. 이들 직무는 산업 전반에서 이미 높은 보상이 당연하다는 합의가 형성돼 있다. 경쟁사 대부분이 비슷한 수준을 제시하기 때문에 단순한 보상 패키지 경쟁으로는 차별화가 어 렵다. 그만큼 일하는 방식의 유연함, 함께 일하는 팀의 인재 밀도, 글로벌 프로젝트 참여 기회 등 장기적 비전과 조직문화 측면에서의 매력도까지 확보해야 한다는 뜻이다. 한번 데려온 인재가 떠나지 않도록 장기 로열티를 설계하는 것이 중요한 영역이기도 하다.

인재 영입 여부를 가르는 ‘결정적 보상선’
“그렇다면 최소 얼마를 제시해야 인재를 움직일 수 있을까?”
HR 시장 내 보상 전략의 분포를 확인했다면, 그다음 단계는 ‘기준선’을 세우는 일이다. 단순히 평균 연봉이 아니라, 실제로 인재가 제안을 검토하고 이동을 결심하게 만드는 결정적 금액이 존재한다. 이번 분석에서는 시장에서 상위 5%에 해당하는 연봉을 ‘결정적 보상선(Talent Attraction Threshold)’이라 정의한다.
결정적 보상선은 직무마다 다르고, 같은 직무라도 직급이나 산업 군에 따라 크게 달라진다. 가령, 주니어 단계에서는 비교적 작은 금액 차이로도 인재를 움직일 수 있지만, 시니어 단계에서는 수천만원 단위의 추가적인 제안이 필요할 수 있다. 또한 동일한 개발자 포지션이라도 IT 플랫폼 기업과 제조기업이 제시하는 보상 수준은 전혀 다르게 형성된다. 플렉스는 직무×직급, 직무×산업군의 교차 분석을 통해 어떤 조건에서 얼마를 제시해야 인재를 움직일 수 있는 수준이 되는지 구체적으로 살펴봤다.
최근 인재 이동이 가장 활발하고 채용 경쟁이 치열한 핵심 직무군을 중심으로 살펴봤다. 첫째, 기술/개발 직군이다. 디지털전환과 AI 확산에 따라 모든 산업에서 기술/개발 분야의 최고급 인력 수요가 폭발적으로 늘고 있다. 둘째, 기획/전략 직군은 변동성이 높은 환경에서 기업의 장기적인 방향과 새로운 먹거리 창출을 결정짓는 역할로, 기업의 성장 단계와 상관없이 모든 기업에서 채용 경쟁이 치열하다. 셋째, 마케팅/영업 직군은 브랜드 경쟁력과 매출 확대에 직접 기여하며, 특히 최근 디지털 채널의 비중이 급격히 커지면서 글로벌 시장을 공략할 수 있는 인재의 가치가 더욱 높아지고 있다.
최근 채용 경쟁이 치열한 세 직군의 결정적 보상선
직급별로 세 직군의 결정적 보상선을 비교해보자. [그림 2]를 보면, 시장에서 직무별 커리어 성숙도에 따라 어떻게 보상 전략을 강화하는지가 뚜렷하게 드러난다. 이제 막 사회에 진입한 신입 레벨(L1)에서 결정적 보상 수준이 가장 높은 직군은 기술/개발 직군이다. 이 직군에서 핵심 인재들은 L1에서 최소 8600만원, L2에서 최소 1억원을 받는다. 이 단계는 희소 기 술 역량이 초기 보상에 곧바로 반영되는 구간으로, 탁월한 개발 인재를 채용하려는 기업은 입사 초기부터 타 직군 대비 높은 수준의 조건을 제시해야 인재 영입 경쟁에서 뒤처지지 않는다.

중간 관리자 구간(L3~L4)에서는 흐름이 달라진다. L3 시점에서 기술/개발(1억4900만원)이 여전히 선두를 유지하지만, 기획/전략 직군(1억3000만원)이 빠르게 격차를 좁힌다. 그리고 L4에서는 기획/전략이 1억6850만원으로 기술/개발(1억6000만원)을 소폭 추월한다. 이는 조직의 장기 방향성과 신규 사업 기회를 설계하는 기획/전략 인재의 영향력이 이 시기에 급격히 확대되기 때문이다. 이 구간에서의 보상 조정은, 기술/개발보다 기획/전략 직군에서 더 큰 변곡점이 된다.
시니어 구간인 L5에서는 기획/전략 직군의 보상 수준이 단연 돋보인다. 해당 연봉은 거의 3억원에 가까운데, 이는 투자·M&A, 최고경영진 직속 전략 조직 등에서 발휘되는 희소성 과 영향력이 보상에 반영된 결과다.
마케팅/영업 직군은 전 구간에서 상대적으로 낮지만, 꾸준한 성장세를 보인다. 특히 글로벌 시장 경험과 본인만의 네트워크, 글로벌 로고 확보 경험 등을 보유한 핵심 인재의 경우, 중간관리자인 L3 구간부터 ‘1억원’ 보상권에 진입할 수 있다.
결국 기술/개발은 초반부터 높은 수준으로 시작해 완만한 상승세를, 기획/전략은 후반부에 폭발적인 상승세를, 마케팅/영업은 꾸준하게 상승 곡선을 그린다. 이는 각 직군의 인재 확보 전략이 언제, 어떤 방식으로 강화되어야 하는지를 명확하게 보여준다.
산업군별로 살펴보면, 동일한 직무라도 소속 산업군에 따라 ‘결정적 보상선’의 수준이 크게 달라진다. [그림 3]의 기술/개발 직군은 정보통신업에서 약 1억3000만원, 제조업에서는 1억5000만원으로 형성돼 있다. 의외로 제조업에서 핵심 인재의 보상 수준이 더 높은 이유는, 한국에서 제조업의 평균 연봉이 높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제조 프로세스에 특화된 설계·자동화·데이터 처리 역량이 더 희소성을 가지기 때문이기도 하다.

반면 도매·소매업에서는 1억800만원으로 낮아진다. 이 산업군에서 기술 인력은 범용 기술 스킬을 기반으로 하기에, 희소성보다는 운영 효율성이 보상에 더 큰 영향을 미친다.
기획/전략 직군은 산업군별 연봉격차가 더욱 뚜렷하다. 제조업과 도매·소매업에서 각각 2억원 이상으로, 주요 산업군 중 가장 높은 수준이다. 이는 해당 산업군에서 적극적인 M&A, 신규 사업 발굴, 공급망 관리 등 고부가가치 전략 프로젝트가 활발히 이뤄지는 특성과 맞물린다. 반면 정보통신업과 전문·과학·기술 서비스업에서는 상대적으로 낮아지는데, 이들 산업군은 기술적 이해도를 갖춘 전략가를 선호하여 기술 분야 인재가 커리어 정점에서는 전략가로서 활동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으로 보인다.
마케팅/영업 직군은 전반적으로 다른 두 직군보다 보상 수준이 낮지만, 제조업(1억100만원)과 정보통신업(1억400만원)에서 상대적으로 높은 수준을 보인다. 제조업에서는 해외 판로 개척과 글로벌 영업 역량이, 정보통신업에서는 B2B·B2G 등 대형 계약 성사 경험이 높은 보상을 견인한다.
반면 전문·과학·기술 서비스업에서는 9000만원으로, 네 개 산업군 중 가장 낮은 수준을 기록했다. 이 산업군에서는 영업 활동의 스케일이 제한적이고, 기술 역량 자체가 서비스 품질을 좌우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결국 산업군별 분석은 단순히 직무의 특성뿐 아니라, 각 산업이 현재 어디에 투자하고 있는지, 어떤 역량을 성장의 핵심 동력으로 보고 있는지를 보여준다. 이는 같은 직무라도 산업군이 바뀌면 인재 유치 전략의 ‘연봉 책정’이 완전히 달라질 수 있음을 시사한다.
주요 커리어 전환점에서 직군별 극명한 차이
결정적 보상선이 ‘지금 당장 얼마를 제시해야 하는가’를 알려줬다면, 커리어 전환점 분석은 ‘각 직군이 시간에 따라 어떻게 성장하는가’를 보여준다. 사회 초년생에서 시니어로 이어지는 구간은 직군별 보상 곡선이 본격적으로 벌어지거나 역전되는 시기다. 이는 개인이 커리어 경로를 설계할 때 중요한 이정표가 될 뿐만 아니라, 기업 입장에서도 장기적인 인재 육성·유지 전략을 설계하는 기초 자료가 된다.
데이터의 언어로 파악하기 위해 ‘사회 초년생’은 30세 미만인 유저 중에서 L1 직급이거나 총경력이 3년 미만인 경우, ‘시니어’는 40세 이상인 유저 중에서 L4 이상의 직급 또는 총경력 10년 이상인 경우로 분류했다. 앞서 살펴봤던 사분면 지도 위에 [그림 4]와 같이 직군별로 사회 초년생과 시니어 그룹을 배치하고 그 변화를 화살표 형태로 표기했다. 여기에서는 두 가지 방향성이 뚜렷하게 관찰된다.

첫째, 경력에 따라 보상 격차가 축소되는 경우다. 사분면을 기준으로 보면 1사분면(고보상+고격차)에서 4사분면(고보상+저격차)으로 이동한 연구개발과 기술/개발 직군이 여기에 해당된다. 이들 직군은 경력 초기에는 조직에 따라 보상 편차가 크지만, 시니어 단계로 접어들수록 전체 시장이 일관된 고보상 기준을 형성한다. 이때의 보상은 단순한 내부 정책이 아니라, 업계 전반에서 공유되는 일종의 ‘합의 가격’으로 기능한다. 기업 간 격차는 줄어들고, 고연봉은 선택이 아니라 필수가 된다. 다시 말해, ‘누가 더 많이 줄 것인가’의 싸움이 아니라 ‘그 기준에 맞춰 따라갈 수 있는가’의 문제로 전환하는 것이다.
둘째, 어떤 직군은 경력이 쌓일수록 오히려 보상 격차가 확대되는 흐름을 보인다. 3사분면(저보상+저격차)에서 2사분면(저보상+고격차)으로 이동하는 생산/제조, 고객/서비스, 유통/물류 직군이 그렇다. 앞선 사례와 달리, 이들 직군에서는 시니어 역할에 대한 시장의 평가가 일관되지 않음을 의미한다. 어떤 기업은 시니어에게 관리자 역할이나 특정 전문 역량을 기대하며 보상 수준을 높이지만, 다른 기업에서는 동일 직무를 단순 연차 누적으로만 간주하고 보상 체계를 거의 바꾸지 않는다.
모든 직군을 막론하고, 기업 입장에서는 시니어 인력에 대해 ‘어떤 방향으로 성장할 수 있는지’를 제시하지 못할 경우 이탈 가능성은 물론 내부에서 공정성 문제까지 발생할 수 있다. 동일 직군 안에서도 전문성과 역할에 따라 보상 체계를 분화하고, 각 성장 경로에 적합한 인사 제도와 보상 정책을 재설계해야 한다. 현재의 시장 변화는 기업에 직무별 역할의 확장을 요구하는 셈이다.
기업의 실효적 인재 유치 전략과 보상 계획
HR 시장에서 승패를 가르는 건 ‘얼마를 주느냐’가 아니라 ‘어디서, 언제 승부를 거느냐’다. 보상 전략을 잘 짜는 조직은 두 가지 질문에 명확한 답을 가지고 있다.
첫째, 투자의 우선순위와 타이밍을 파악하고 있다. 이는 우리 조직의 핵심 직무가 시장에서 어떤 위치에 놓여 있는지를 입체적으로 파악하는 데서 출발한다. 각 직무가 경쟁적 투자, 안정적 고보상, 선택적 투자, 인건비 효율화 영역 중 어디에 속하는지를 분명히 해야 한다. 여기에 투자 시점에 대한 고려가 더해져야 한다.
예를 들어, 기술·개발 직군은 경력 초반부터 높은 보상을 제시해야 하고, 기획·전략 직군은 중간관리자급에서 급격한 보상 상승을 적용하는 것이 효과적이다. 직군별 곡선에 맞춘 보상 강화 타이밍은 인재 유지율과도 직결된다.
둘째, 전환·육성을 위한 투자를 병행하고 있다. 모든 직무가 항상 핵심 경쟁력을 유지하는 것은 아니다. 특히 AI와 자동화 기술의 확산은 직무 지형을 순식간에 바꿀 수 있다. 현재로서는 어떤 변화에도 대응할 수 있는 조직탄력성을 확보하는 것이 유일한 대안이다. 지금은 고공 행진하는 직무라도, 변화 속도가 빠른 시장에서는 언제 경쟁력이 낮아질지 예측하기 어렵다. 따라서 이 같은 직무를 단순히 축소하는 것만이 능사는 아니다. 오히려 역할 재정의와 리스킬링을 통해 다른 전략 영역으로 편입하거나, 새로운 기술·도구와 결합해 직무 가치를 높이는 전환 전략에 투자해야 한다.
예를 들어, CS 매니저 직무는 AI 챗봇과 자동화 솔루션 확산으로 대체 가능성이 높지만, 여전히 고객은 AI 기반의 경험 관리보다 실제 담당자와 소통하는 휴먼터치를 선호한다. 이때 기업은 일부 인력을 고객 성공 매니저(CSM) 등 더욱 전략적 가치가 높은 직무로 리스킬링할 수 있다. 이처럼 단순히 축소만 선택하는 조직보다 전환을 병행하는 조직이 장기적으로 더 강한 인재 풀을 보유하게 된다.
경영진이 기억해야 할 것은 하나다. 보상은 비용이 아니라 투자라는 점이다. 투자는 타이밍이 핵심이며, 그 타이밍은 데이터가 말해준다. 시장의 지도를 읽을 줄 아는 조직만이 다음 성장의 기회를 잡는다. 이를 기반으로 한 전략적 의사결정이야말로 치열한 인재 경쟁 시대에 가장 강력한 무기가 될 것이다.
다음 기사로 이어집니다.이진원 기자 lee.zinone@joongang.co.kr
출처: 포브스 코리아 '25년 9월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