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시대 B2B SaaS

💬 안녕하세요! 저는 플렉스팀에서 Product Engineer로 입사해 지금은 Product Manager로 일하고 있습니다. flex의 Time Tracking과 Copilot 제품을 만들어 오면서, AI가 단순한 기능이 아니라 ‘일하는 방식 자체’를 어떻게 바꾸는지를 매일 가까이에서 보고 있는데요. 그 여정을 통해 얻은 생각들을 공유하기 위해 준비했으니, 관심있게 읽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몇 년 전만 해도, 기업용 소프트웨어의 세계는 SaaS가 모든 문제를 해결해줄 것처럼 보였습니다. 클릭 몇 번이면 바로 도입할 수 있고, 누구나 최신 버전을 누릴 수 있었으니까요. 그러나 직접 B2B SaaS를 만들어오며 깨달은 건, 그 이면에는 여전히 수많은 복잡성과 한계가 숨어 있다는 사실이었습니다. 이제 AI라는 새로운 물결이 그 빈틈을 메우며 또 다른 변화를 예고하고 있는데요. 이 글에서는 SaaS가 걸어온 길, AI가 열어주는 가능성, 그리고 저희 팀이 준비하고 있는 미래를 함께 나누려 합니다.
Part 1. 지금까지의 B2B SaaS — 강점과 태생적 한계
왜 SaaS가 탄생했을까요?
과거에는 기업이 소프트웨어를 쓰려면 직접 구축하거나 설치해야 했습니다. 비용과 시간이 많이 들고, 고객마다 커스텀이 필요했죠. SaaS는 이런 불편을 해결했습니다. 별도 설치 없이 바로 쓸 수 있고, 합리적인 가격 덕분에 중소규모 조직까지 도입이 가능해졌습니다. 꾸준히 업데이트가 제공되는 것도 큰 장점이었습니다.
하지만 SaaS는 완벽한 해답이었을까요? 그렇지 않습니다. 특정 고객만을 위한 세밀한 커스텀은 어렵고, 서비스가 커질수록 사용자가 느끼는 복잡도도 커졌습니다. 장점이 기존의 단점을 덮었기에 전성시대를 맞았지만, 이 딜레마는 늘 존재해왔습니다.
그러한 SaaS 중에서도 특히 B2B SaaS라면 맞닥뜨리게 되는 추가적인 제약사항도 있습니다.
먼저 많은 사람들이 동시에 사용하며 다양한 역할과 민감한 데이터를 다루는 만큼, 권한 관리와 변경사항 추적, 그리고 유연한 통제가 반드시 필요합니다. 예를 들어, 인사 시스템에서 급여 데이터가 잘못 노출된다면 어떨까요? 서비스 자체에 치명타를 입을 겁니다. 단순히 기능을 구현하는 것 같아 보여도, 이러한 요구가 더해지는 순간 복잡도는 기하급수적으로 높아지는거죠.

(가상의 구성원을 제품에 반영)
또 조직마다 정책과 문화가 다르 다 보니, 표준화하려 애쓸수록 옵션은 늘어나고 고객은 오히려 기능을 찾기 어렵다고 말합니다. 결국 복잡성은 제품팀에게도, 고객에게도 비용이 되는데요. 그럼 이런 공백은 누가 채워줄까요?
많은 경우, 답은 엑셀이었습니다. 데이터, 로직, 시각화, 심지어 확장성까지 갖춘 엑셀은 가장 널리 쓰이는 ‘프로그래밍 플랫폼’이라 해도 과언이 아닌건 다들 공감하실 겁니다.
이렇듯 SaaS는 기업 소프트웨어의 패러다임을 바꿨지만, 여전히 맞춤화와 복잡성, 마지막 10%의 공백이라는 한계를 안고 있습니다. 그렇다면 이런 난제를 풀 실마리는 어디서 올까요? 최근 몇 년간 세상을 뒤흔든 AI가 그 답의 일부를 보여주고 있습니다.

(함안 영동리 회화나무)
Part 2. AI가 만든 변화 — 그리고 새로운 가능성
AI는 단순히 새로운 기술이 아닙니다. B2B SaaS가 오랫동 안 고민해온 문제를 새로운 방식으로 풀어낼 수 있는 전환점이 되고 있는데요. 저는 아래의 세 가지 축에서 그 변화를 보고 있습니다.
첫 번째는 비정형 데이터의 해석이 쉬워졌다는 점입니다.
저는 우리가 데이터를 다루는 방식을 송두리째 바꿔놓는 변화라 생각하는데요. 과거에는 숫자로 표현할 수 있는 데이터만 집계 및 분석이 가능했지만, 이제는 텍스트와 이미지도 손쉽게 요약하고 분석할 수 있습니다. 그 결과 채팅 인터페이스는 강력한 도구로 떠올랐죠.

하지만 채팅만으로 충분할까요? 그렇지 않습니다. 전통적인 UI는 여전히 빠르고 정확한 컨트롤과 높은 어포던스라는 강점을 가집니다. 앞으로는 채팅과 UI가 서로 보완하며, UI의 한계는 대화로 넓혀가고 또 대화로 탐색한 결과를 UI로 정착시키는 흐름이 자연스러워질 거라 보고 있어요.
두 번째 변화는 소프트웨어 제작의 허들이 낮아졌다는 점입니다.
’바이브 코딩’이라는 말이 유행어가 될 만큼, 이제는 코딩 에이전트와 생성형 도구를 활용해 누구나 쉽게 자신만의 툴을 만들 수 있게 되었습니다. 이렇듯 자신만을 위해 만들어내는 앱은 커스텀이 어렵고 지나치게 복잡해진다는 SaaS의 단점에 대한 해답처럼 보이기도 하는데요.
그렇다면 SaaS는 사라질까요? 저는 그렇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복잡도가 높고 오래 유지보수해야하는 제품을 바이브 코딩으로 만드는 데는 분명한 한계가 존재합니다. 특히 권한과 감사, 안정성이 중요한 B2B 영역일수록 SaaS는 여러 안전장치를 포함한 빌딩 블록을 제공하는 플랫폼으로 진화하고, 그 위에서 누구나 쉽게 확장을 만들어가는 시대가 열릴 것이라 봅니다. 과거에는 개발자가 도와줘야만 만들 수 있던 플러그인을 이제 디자이너나 피플매니저가 AI의 도움을 받아 직접 제작할 수 있는 것이죠.

(플렉스팀 Product Designer 첫 플러그인 제작 도전기)
세 번째는 에이전트입니다.
AI Agent라는 단어는 한 번쯤은 다들 들어보셨을 텐데요. 이제 우리는 ‘무엇을’만 지시하면 ‘어떻게’는 스스로 판단해 실행하는 도구를 쓰기 시작했습니다. 예를 들어, 고객 응대처럼 반복되지만 요구가 불확실한 영역에서 특히 효과적이죠. 하지만 모든 영역에서 에이전트가 답일까요?
저는 그렇지는 않다고 생각합니다. 일관성과 감사 가능성, 안정성이 중요한 B2B에는 ‘어떻게’를 정확히 컨트롤하는 것이 필수적인 용례가 많으며, 이런 경우에는 여전히 전통적인 워크플로우와 UI가 유효합니다. 결국 둘 중 하나가 명확히 낫다기보다 각자의 장단이 있는 만큼, 상황에 따라 두 방식은 상호 보완적으로 발전해나갈 것 같습니다.
Part 3. 플렉스팀의 준비 — 플랫폼, 제품, 그리고 사람
이 변화 속에서 플렉스팀은 어떤 준비를 하고 있을까요?
먼저 플랫폼입니다.
역할 기반 데이터 레이어, 권한과 변경 이력을 다루는 조작 레이어, 내부와 외부를 잇는 연동 레이어, 자동화를 정의하고 실행하는 워크플로우 레이어, 마지막으로 사용자가 직접 화면을 확장할 수 있는 UI/UX 확장 레이어까지. 이 모든 레이어 위에 AI가 얹혀져 여러 도메인에서 활용될 수 있습니다.

다음은 제품입니다.
AI 기능이 꽃과 잎사귀를 활짝 꽃피우려면, 그 뿌리와 몸통에 해당하는 플랫폼과 제품의 완성도가 받쳐줘야 의미가 있습니다. 기본이 흔들린다면 어떤 AI 기능도 오래가지 못하기 때문이죠. 저희는 지난 수년간 크고 작은 개선을 꾸준히 쌓아왔고, 그러한 역사가 격주로 발행한 업데이트 노트에 고스란히 남아있습니다.
마지막은 사람입니다.
HR/Payroll Partners라는 내부 전문가 그룹은 제품과 기술이 해결하지 못하는 마지막 문제를 채웁니다. 제품–플랫폼–사람이 함께 맞물릴 때 비로소 고객에게 진짜 효용이 전해지는거죠.
결론 — 미래를 내다보는 준비
AI는 B2B SaaS가 태생적으로 안고 있던 한계에 새로운 해법을 제시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세상이 하루아침에 바뀌진 않겠죠. 변화는 언제나 기대보다 더디게 오기도 하고, 때로는 우리가 예상한 것보다 훨씬 멀리까지 이어지기도 합니다.
요즘 들어 스스로 자주 생각하는 말을 소개드리며 글을 마무리하려 합니다.
“Most people overestimate what they can do in one year and underestimate what they can do in ten years.” - Bill Gates
사람들은 1년 안에 할 수 있는 일은 과대평가하고, 10년 동안 할 수 있는 일은 과소평가한다는 뜻인데요.
충격적인 기술을 맞닥뜨리면 처음엔 세상이 한순간에 바뀔 것만 같고, 기존의 것은 다 쓸모없어질 것 같은 불안에 휩싸이기 쉽죠. 하지만 실제로는 사람과 조직의 관성이 크고, PoC에서 상용화까지 넘어야 할 수많은 허들이 있기에 변화는 생각보다 더 걸립니다. 그렇다고 그 초반의 주춤함을 냉소로만 받아들이면, 장기적으로 일어날 근본적 변화를 과소평가하는 반대 방향의 함정에 빠지게 되기도 하는데요.
그래서 우리가 가져야 할 태도는 분명합니다. 더듬이를 곤두세우고 작은 신호에도 민감하게 반응하며, 새로운 증거가 나타날 때마다 가설을 빠르게 수정하는 유연한 확신.
플렉스팀은 플랫폼·제품·사람이라는 세 축을 중심으로 그 태도를 실행으로 옮기고 있습니다.
우리는 1년의 화려함에 흔들리지 않고 10년의 축적을 선택하려 합니다.
오늘의 선택과 준비가 10년 후에는 새로운 길을 여는 힘이 되도록,
AI 시대 우리가 열어갈 B2B SaaS의 미래에 함께해 주세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