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트업이 애자일이 아닌 장인정신으로 운영될 수 있을까? : 루닛 강진민, 이은별 HR 매니저

인류의 건강을 위해 장인정신으로 한 치의 오차도 없는, 신뢰도 높은 제품을 만드는 루닛을 소개합니다. 루닛은 인공지능을 통해 인류가 암을 포함한 질병에서 해방되는 그날을 꿈꾸며 혁신적인 제품과 그것을 만드는 더 혁신적인 사람들과 함께 초고속 성장 중인데요. 루닛의 강진민, 이은별 HR 매니저를 만나 스타트업을 장인정신으로 운영한다는 것에 대한 이야기를 들어봤습니다.
🚀 루닛은 어떤 회사?
루닛은 2013년 설립된 국내 최초의 딥러닝 의료 AI(인공지능) 기업입니다. 루닛은 ‘러닝 유닛(learning unit)'의 줄임말로, 독자적인 딥러닝 기술을 기반으로 인공지능을 통해 암을 포함한 질병의 진단 및 치료에 기여하는 솔루션을 개발 및 제공하고 있습니다.
주요 제품으로는 Lunit INSIGHT CXR (흉부 엑스레이 진단 보조 인공지능 소프트웨어)와 Lunit INSIGHT MMG (유방암 진단 보조 인공지능 소프트웨어)가 있습니다. 진단에만 그치는 것이 아니라 치료에까지 도움을 줄 수 있는 Lunit SCOPE 제품 또한 개발합니다. 최근에는 글로벌 파트너들과 함께 미국을 포함한 해외 시장 진출에 박차를 가하며, 내년 상반기 코스닥 시장 상장을 목표로 고속 성장 중입니다.

건강을 선물합니다 🎁
플렉스팀(이하 ‘플’): 안녕하세요, 루닛을 소개할 수 있게 되어 영광입니다. 간단한 소개 부탁드리겠습니다!
강진민: 안녕하세요. 저는 루닛에서 평가∙보상 업무를 메인으로 노무, 퇴직, 연구원 관리 등 HR 업무 전반을 맡고 있는 강진민 HR 매니저라고 합니다. 루닛에는 2019년 1월에 조인했습니다. 그때는 50여 명 남짓한 규모였는데 이젠 250명이 넘는 회사가 되었네요. 감격스럽습니다. (웃음)
이은별: 전 인턴으로 루닛에 입사해 정규직으로 전환이 되었는데요. 저 같은 경우에는 중학교 때부터 쭉 해외에서 생활했어요. 그 경험을 바탕으로 현재 루닛에선 글로벌 HR을 담당하고 있습니다.
플: 루닛을 Next career로 선택한 계기가 있으셨나요?
강진민: 원래는 신문∙미디어 업계에서 5~6년간 HR을 담당했는데요. 어느새 아무런 목적 없이 늘 같은 루틴으로 똑같은 업무만 반복하는 저 자신을 발견했어요. 이대로는 안 되겠다 싶어서 좀 더 내가 주도적으로 HR 제도를 기획∙실행할 수 있는 곳이 없을까 찾게 되었죠. 그러던 중 스타트업 업계를 알게 됐고, 그중에서도 회사의 목표가 돈을 버는 것이 아닌 '사람을 살리는 일'인 루닛의 미션에 깊은 감동을 느껴 이런 목표를 가진 회사라면 더 자부심을 가지고 보람차게 일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고, 망설임 없이 루닛을 선택하게 되었습니다.
이은별: 전 되게 현실적인 이유로 루닛을 선택했는데 많은 분들이 공감하실 거예요. 모든 취준생이 그렇듯 저도 여러 군데에 지원하고 면접을 봤는데요. 루닛의 면접 경험이 단연 제일 좋았어요. 면접은 지원자가 평가당하는 자리이기도 하지만 반대로 지원자도 회사를 평가할 기회라고 생각하거든요. 루닛 면접은 면접관의 스마트함과 젠틀한 태도를 경험할 수 있는 자리였습니다. 굉장히 존중받는 느낌이었어요. 그래서 너무나 기분 좋은 마음으로 루닛에서 커리어를 시작하기로 결심했습니다.
플: 직원 경험뿐만 아니라 지원자, 즉 예비 직원의 경험까지 생각하는 정말 이상적인 회사네요. 자연스럽게 루닛의 이야기로 넘어가 볼게요. 앞서 글로벌 HR을 담당하고 계신다고 했는데 해외 오피스는 어떻게 구성이 되어 있나요?
이은별: 루닛은 한국에 본사를 둔 글로벌 기업입니다. 네덜란드, 미국, 중국, 영국, 노르웨이 등 각지에 루니션(Lunitian, 루닛 직원들을 통칭하는 단어)분들이 포진해 계세요. 현재 해외 시장 진출에 박차를 가하는 단계이기 때문에 현지 사정을 잘 아는 로컬라이즈 된 전문가를 채용하고 있습니다.

루닛 이은별(좌)/ 강진민(우) HR 매니저
애자일보다는 장인정신으로 🧑🔬
플: 의료 IT 분야, 글로벌 기업, 다양한 직군의 공존 등 루닛을 이루는 요소들이 굉장히 흥미로워요. 이 모든 것을 아우르는 루닛만의 일하는 방식이 있는지도 궁금하네요.
강진민: 루닛이 재미있는 게 스타트업 기반의 회사이긴 하지만 기존 스타트업의 문법을 그대로 따르지 않는다는 점이에요.
플: 스타트업하면 보통 애자일을 기반으로 빠르게 시도하고, 빠르게 실패하는 문화를 가져가잖아요.
강진민: 맞아요. 그런데 저희는 정확히 반대입니다. 사업 특성상 의료기기를 만드는 회사다 보니 속도보다는 정확함, 정밀함이 중요해요. 의료기기의 정확도가 0.1%만 상승해도 수백, 수천 명의 사람을 더 살릴 수가 있거든요. 그래서 제품을 만들 때 방망이를 깎는 장인처럼 깎고, 깎고, 또 깎고 완벽해질 때까지 심혈을 기울입니다. 이런 기조가 회사 운영이나 제도에도 영향을 미치는 것 같아요.
'그냥 해보자'가 없어요. 어떤 제도를 기획하고 실행할 때 '이전에는 이렇게 했었는데 이런 문제점이 있었고, 그걸 보완해 이렇게 바꿔보고자 한다' 제도를 기획하게 된 배경과 전후 인과관계, 실행 시 파급력 등을 논리적으로 생각하고 실행하죠. 그래서 구성원의 혼란을 야기하는 것은 지양하려고 해요. 번복이 거의 없죠. 그게 루닛의 전반적인 분위기이자 특성인 것 같습니다.

루닛은 사명감을 가지고 장인정신으로 제품을 빚어낸다.
플: 다양한 가설을 세우고, 결과를 예측하기 위해선 구성원의 소리를 많이 들어야겠어요.
강진민: HR은 소리를 많이 듣는 게 가장 중요한 것 같아요. 저희는 구성원이 직급∙포지션에 상관없이 각자 동일하게 자신의 목소리를 낼 수 있고, 또 그런 보이스를 서로 존중하고 이해하는 문화가 잘 잡혀 있습니다. 그래서 저희가 판만 잘 깔아드리면 구성원분들이 그곳에서 알아서 잘 뛰어노세요.
공식적으로 소리를 낼 수 있는 창구는 제네럴 어셈블리(General Assembly), 루닛 폴(Lunit Poll), 웰컴 서베이(Welcome Survey) 등이 있는데요. 제네럴 어셈블리는 모든 구성원이 참여하는 타운홀 미팅으로 한 달에 한 번씩 합니다. 우리 회사가 현재 어떤 것을 개발하고, 사업이 어떻게 진행되고 있는지를 다 같이 모여 듣고 질문하는 자립니다.
이은별: 루닛 폴은 전사 서베이로 3월, 9월 매년 두 번 진행합니다. 회사 전반에 대한 만족도, 업무 만족도 등 다양한 영역에서 구성원의 목소리를 듣습니다. 그것을 통해 우리가 뭘 놓치고 있는지, 앞으로 뭘 더 해나가야 할지를 확인하죠. 여기서 나온 결과를 취합해 제네럴 어셈블리에서 '점수가 어떻게 나왔고, 앞으로 이런 부분을 개선해나갈 예정이다' 이렇게 꼭 전사 공유를 드리고 있습니다.
웰컴 서베이는 신규 입사자분들을 대상으로 진행하고 있습니다. 입사하기 전 '루닛에서 이런 걸 할 수 있겠지' 예상했던 것들이 실제로 잘 이루어지고 있는지, 입사 후 만족도는 어떤지 등을 웰컴 서베이를 통해 체크하고 있습니다.
강진민: 제 입으로 말하긴 부끄럽지만 저희가 회사 평점 사이트에서 점수가 꽤 높은 편인데 루닛 폴을 할 때도 내부적으로 평균 점수가 정말 높게 나와요. 점수가 높으면 '우리가 그래도 바른길로 가고 있구나' 이런 동기부여가 되기도 하지만 반대로 '이제 떨어질 일만 남은 게 아닌가? 이것보다 더 잘하려면 어떻게 해야 하지?' 이런 위기의식과 부담감도 동시에 느껴지더라고 요. HR은 정말 정답이 없는 것 같아요. 꾸준히 하는 것밖에는.

구성원의 의견을 청취하는 루닛 HR팀
Be original : 그 누구도 아닌 '루닛'만의 것 🧬
플: 장인정신. 정말 감동적이네요. 이야기를 듣다 보니 HR팀이 일하는 방식이나 원칙이 있는지도 궁금해져요.
강진민: 루닛의 HR은 People Department 아래 크게 총무를 맡고 있는 GA팀(General Affairs Team), 조직문화를 담당하는 CX팀(Culture eXperience Team), 인사 관리 전반을 담당하는 HR팀(Human Resources Team)이 있습니다. 이건 회사 전반적인 특성에 기인하는 것이지만 일단 본인이 원하고, 해보고 싶은 게 있으면 자유롭게 할 수 있는 분위기입니다. 그런 분위기에서 저희는 '구성원이 진짜 본인의 업무에 집중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주자'는 목표를 가지고 일하고 있습니다.
이은별: 조직 규모에 비해 People 부서의 인원이 15~16명 정도로 많 은 편인데요. 경영진분들이 조직의 성장∙발전을 위해 People 부서의 역할이 중요하다는 것을 잘 알고 계세요. 인사담당자로서 HR의 중요성을 알아주는 회사에서 일한다는 게 정말 큰 축복인 것 같아요.
플: 한국에 본사를 둔 글로벌 회사다 보니 HR 제도를 기획할 때 잘 맞는 레퍼런스를 찾기도 쉽지 않을 것 같은데 본인만의 노하우가 있으실까요?
강진민: 말씀 주신대로 글로벌 지사가 있는 회사라 주로 해외 실리콘밸리에 있는 기업 사례를 많이 조사하고 참고해요. 하지만 여기서 절대적으로 지키는 원칙이 '비슷하게 흉내 내지 않는다'에요. 참고는 하되 따라 하지는 않으려고 합니다. 그 회사와 루닛은 완전 다른 모양인데 맞지 않는 틀에 억지로 끼워 맞추려다 보면 100% 탈이 나기 마련이죠. 루닛이 편하게 소화할 수 있는 제도나 원칙이 무엇일지 '루닛만의 것'을 찾기 위해 항상 고민해요.
플: 인터뷰 준비하면서 루닛 블로그 콘텐츠를 많이 찾아봤는데 의료 헬스케어 회사라고 했을 때 떠오르는 드라이한 이미지가 아니라 아기자기한 이벤트들도 많고, 생각보다 되게 촉촉(?)하더라고요. 확실히 '루닛만의 색'이 있다고 느껴졌어요.
강진민: 감사합니다. 뭐 하나를 해도 루닛에 딱 맞게 하고자 노력해요. 자율 출퇴근과 무제한 휴가는 구성원분들이 가장 좋아하는 제도 중 하나인데 그냥 법을 지키기 위해, 구색을 갖추기 위해 하는 것이 아닌 루니션이 진짜 유용하게 활용할 수 있는 방향이 무엇일까 고민하죠.
저희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