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X란 무엇인가, 대답 못한다면 시작 말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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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상해보자. 조직 개편을 앞둔 어느 날 당신의 모니터엔 AI가 정리한 성과 평가 자료가 놓인다. 수백 명의 업무 기록을 단숨에 훑어낸 결과다. 메일 응답 속도와 슬랙 활동량, 업무 참여도까지 숫자로 가지런히 정리돼 있다.

그런데 목록을 훑어내리다 한 사람의 이름에 시선이 멈춘다. 휴직 중인 핵심 인재가 최하위 등급에 놓여 있다. 세상 온갖 질문에는 잘도 답하던 AI는 정작 우리 회사 구성원이 왜 일하지 않았는지 몰랐다. 메일 답장도, 협업툴 소통도, 산출한 문서도 단지 ‘줄었다’는 사실만 알았다. 사람이라면 ‘휴직’ 단 두 글자로 간파했을 사정을 AI는 성과 하락이나 태만의 신호로 읽어버리고 말았다.

미래의 에피소드가 아니다. 해외에서는 AI가 개입해 내린 구성원에 대한 판단을 둘러싸고 이미 법적 분쟁이 진행 중이다. 유별난 케이스도 아니다. 올해 초 국제 비영리단체인 클라우드보안연합(CSA)의 IT·보안 담당자 대상 설문조사에 따르면 응답자 74%가 ‘AI 에이전트에 필요 이상의 접근 권한이 주어지는 경우가 많다’고 답했고 68%는 ‘행동 주체가 사람인지 AI인지 명확히 구분하기 어렵다’고 답했다.

이런 AI에 판단을 맡기면 십중팔구 사고가 난다. 반대로 사고를 피하기 위해 이런저런 제약을 걸고 나면 AI가 구성원 개개인의 업무 보조도구쯤으로 전락하고 만다. 조직이 일하는 방식은 변하지 않는다. 어느 쪽도 AX라 할 수 없다. 기업의 AX는 이 질문에서 출발해야 한다. “AI가 우리 조직의 오늘을 아는가?”

사람이 AI에 맞춘다면 이미 AX 아니다

나는 기업 리더들을 만날 때마다 같은 질문을 던진다. “AX가 무엇인지 한 문장으로 설명할 수 있습니까.” 가장 많은 답변은 ‘AI를 업무에 잘 활용하는 것’ 유다. 틀린 말은 아니지만 그 정도로는 예산만 낭비하고 끝난다.

AX는 그럴싸한 새 도구 하나를 들이는 일이 아니다. AI를 조직의 새로운 구성원으로 받아들이고 일하는 방식과 의사결정의 경로 전체를 다시 설계하는 일이다.

AI를 도구로 바라보는 조직에서는 순서가 거꾸로 흐른다. 사람이 AI에 맞춰 프롬프트를 배우고 조직이 AI의 한계에 맞춰 일하는 방식을 바꾼다.

신규 구성원이 입사하면 회사가 조직도와 매뉴얼을 가르치지 구성원의 눈높이에 맞춰 회사를 다시 짜지는 않는다. AI도 마찬가지여야 한다. AI가 조직의 규칙과 맥락을 배우고 조직에 맞춰 판단하고 움직여야 기업용 AI 아니겠는가. 이 순서를 뒤집지 못한 기업은 아무리 좋은 모델을 사도 결국 제자리를 맴돈다.

질문할 프롬프트를 고민하는 5분, 우선순위만 결정하는 5초

출근해서 퇴근할 때까지 누군가 불러주기 전엔 미동도 없는 구성원이 있다면 어떤가. 속이 터질 지경일 거다. 지금 전사에 깔린 AI 챗봇 대부분이 딱 그 정도다. 사람이 프롬프트를 입력하기 전까지는 죽은 듯 멈춰 있다. 결국 잠든 AI를 깨우려고 사람이 매번 질문을 고민하고 바꿔가며 일해야 하는 구조가 된다. 주객전도가 아닐 수 없다.

업무 방식은 크게 두 단계를 지나왔다. 처음엔 일을 많이, 빠르게 처리하는 사람이 유능했다. 다음엔 협업에 최적화된 각종 업무 툴과 AI로 스마트하게 처리하는 시대가 왔다. 그런데 이 두 단계 모두 결국 ‘이미 생긴 일’을 얼마나 잘, 얼마나 빨리 처리하느냐의 문제였을 뿐이다.

다음 단계에서는 질문 자체가 바뀐다. “어떻게 하면 이 일을 빠르게 완료할까”가 아니라 “이 일이 애초에 생기지 않게 할 수 없나”로. 불을 빨리 끄는 법이 아니라 불씨 자체를 없애는 법을 찾는 것이다.

텅 빈 입력창을 띄워놓고 “무엇이든 물어보세요”라고 하는 AI는 결국 무엇을 물어야 할지 고민하는 시간을 구성원에게 그대로 떠넘긴다. 반면 구성원 한 사람, 한 사람이 오늘 반드시 결정해야 할 일을 먼저 추려 아침상에 올리는 AI는 그 고민 자체를 없앤다.

AI에 던질 프롬프트를 고민하는 5분과 이미 차려진 우선순위를 결정하는 5초. 이 격차가 조직 전체에 매일 거듭될 때 벌어지는 성장의 기울기를 계산해보라.

AX를 완성하는 필요조건 ‘조직 지능’

격차를 만드는 필요조건은 하나다. 지금 이 순간 조직의 상태를 AI가 실시간으로 아는 것.

지난달 보직 해임된 사람이 여전히 과거 권한으로 민감한 데이터에 접근할 수 있다면 그건 AI가 충분히 똑똑하지 않아서가 아니라 조직의 ‘오늘’을 모르기 때문이다. 발령이 나면 데이터 접근 권한이 즉시 바뀌어야 하고, 휴직에 들어가면 그 맥락이 곧바로 반영돼야 하고, 특정 구성원이 볼 수 없는 정보는 그 구성원의 AI도 볼 수 없어야 한다. 누가 언제 어디까지를 볼 수 있고 반대로 무엇을 놓치면 안 되는지를 분별하는 게 관건이다.

우리는 기업용 AI 플랫폼을 구상하던 아주 초기 단계에서부터 이것을 ‘조직 지능’이라 칭해왔다. 조직 지능은 역동적으로 변하는 조직과 구성원, 그리고 그들 간의 관계를 실시간으로 파악하는 지능이다. 사용자의 질문에 보편적인 답변 대신 조직 전체의 맥락과 해당 구성원의 역할을 이해한 채 최적의 답변을 내놓는 지능이다. 사용자가 누구와 무엇을 어느 순서로 해야 하는지를 판단해 묻기 전에 선제적으로 제안하는 지능이다.

조직 지능을 구현해 시장에 내놓기까지의 과정에서 마주한 기업들의 AX 사례를 앞으로의 연재에서 다루려 한다. 조직의 오늘을 모르는 AI로 AX를 시도하면서 치른 값비싼 대가들이다. 최신 모델을 깔고도 그저 챗봇에 머문 경우, 조직의 변화를 놓쳐 곤란을 겪은 경우, 어마어마한 예산을 들여 구축했지만 정작 아무도 쓰지 않게 된 경우까지. 실패의 모양은 회사마다 달랐지만 원인은 매번 같았다. 그 실패들을 지나 조직 지능을 어떻게 완성했는지를 연재의 종착점으로 삼으려 한다.

여러분 회사의 AI는 시킬 때까지 기다리고 있는가, 아니면 조직의 오늘을 알고 먼저 움직이는가. 전자라면 AX는 아직 시작되지 않았다.


플렉스팀 김태은 CAIO

출처 : 한경비즈니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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