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전 협의 없는 정리해고 통보, 정당한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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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 칼럼] 고아연 변호사의 노무 Q&A

부당 해고 사례 중, 저성과자 해고와 더불어 손꼽히는 주제가 ‘정리해고’ 입니다. 코로나로 인해 많은 회사가 어려움을 겪으면서 정리해고 이슈도 늘어나고 있는데요. 제대로 된 절차와 기준 없이 이뤄져 논란이 많습니다. 사안에 따라 정당성 여부를 가리기도 어렵고요. 정말 정리해고는 구성원의 권리를 무시하는 기업 측의 수단에 불과할까요? 정리해고의 올바른 뜻과 잘못 적용된 사례에 대해 A to Z를 살펴봤습니다.

정리해고는 구성원과의 충분한 사전 협의는 물론, 희망 퇴직 등 해고를 피하기 위한 사측의 노력이 충분히 입증되어야 성립된다.(출처: 영화 UP IN THE AIR)

Q. 회사 경영 사정이 안 좋아졌다고 사전 협의 없이 정리해고 통보를 받았습니다. 왜 선별되었는지 사유도 모른 채 당장 오늘까지만 출근하라는데요. 정당한 조치인가요?

A. 정리해고가 성립되려면 정리해고 대상자 선별 기준이 공정해야 합니다. 회사에서 이러한 기준을 합리적으로 정하고 공개하지 않는다면 해당 정리해고는 부당한 것으로 볼 수 있습니다.

정리해고의 4가지 성립 조건

정리해고가 성립되려면 실질적, 절차적 요건을 모두 충족해야 한다.

먼저 정리해고의 뜻부터 알아볼까요? 정리해고는 ‘경영 상 이유에 의한 해고’로 부르기도 하는데요. 좀 더 풀어보자면 경제적, 산업구조적, 기술적 성격에 기인한 기업 합리화 계획에 따라 구성원 수를 줄이거나 인원 구성을 바꾸기 위해 행하는 해고를 뜻합니다. (근로기준법 제24조 참조)

정리(整理)의 사전적 의미는 ‘혼란스러운 상태에 있는 것을 치워 질서 있는 상태가 되게 한다’는 뜻인데, 이는 문제가 되거나 불필요한 근로자를 정리해 기업을 바로 잡는 조치로 해석될 소지가 있습니다. 때문에 정리해고 대신 ‘경영상 해고’ 또는 ‘경영 해고’로 부르는 것이 적절하다는 의견도 있죠.

기업이 정리해고를 하려면 아래의 4가지 요건이 모두 필요합니다.

  • 긴박한 경영상의 필요: 해고를 하지 않으면 기업 경영이 위태로울 정도의 경영난
  • 해고를 피하기 위한 노력: 경영 방침이나 작업 방식의 합리화, 신규 채용 중단, 일시 휴직 및 희망 퇴직 실시 등
  • 해고 기준: 합리적이고 공정한 정리해고 대상자 선별 기준
  • 성실한 협의: 구성원 대표에게 해고를 피하는 방법과 해고 기준 통보 및 해고 외 대안을 찾기 위한 성실한 협의

정리해고는 정당할까 부당할까?

구체적인 사안에서 경영 상 이유에 의한 해고가 각 요건을 갖추어 정당한지 여부를 판단하는 것은 쉽지 않습니다. 때문에 정리해고 사건에서 판결이 바뀌는 일은 비일비재합니다. 집중해서 봐야 할 것은 크게 2가지인데요. (1) 정리해고를 피하기 위해 기업이 행한 조치가 있었는지, (2) 실제 경영 상황의 심각도 등 종합적인 여건을 검토해야 합니다.

#1. 부당 해고 판결 사례: 경영난의 정도

해고 회피 노력, 대상자 선정, 경영난 정도 모두 공정하지 못한 일진 전기 정리해고 사건 (출처: 매일노동뉴스)

최근 대법원에서 부당 해고로 판단한 일진 전기 정리해고 사건의 경우, 서울 고등 법원은 정당 해고로 판단했는데요. 대법원에서 이를 뒤집고 다시 부당 해고로 판결한 사유는 ‘경영난의 심각성’이 높지 않다는 것이었습니다.

일진 전기는 통신사업부 생산직 구성원 6인을 해고했는데 대법원은 통신사업부가 적자 추세였더라도 전체 기업 규모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크지 않아 인원을 감축할 불가피한 사정이 아니라고 판단했습니다. 또한 회사가 직무 교육이나 전환 배치 등 고용을 유지할 여력이 충분했고, 해고대상자 선정 기준 또한 공정하지 못했다고 봤습니다.(대법원 2021. 7. 29 선고 2016두64876 판결)

이 사건에서 각 심급별 법원의 판단이 엇갈리면서 최종 판결은 6년을 넘겼습니다.

#2. 부당 해고 판결 사례: 해고를 피하기 위한 노력

임금 조정, 순환 근무 등 해고 회피 노력을 충분히 했는지가 공정성 판단 요건이 된다. (출처: 노동과 세계)

한화투자증권 구성원에 대해 2014년에 이뤄진 정리해고 사건도 6년 만인 2020년에 종결됐습니다. 대규모 정리해고를 하는 한편, 임원의 대규모 승진과 성과급 인상이 논란이 되면서 ‘해고를 피하기 위한 노력’이 있었는지가 쟁점이 되었습니다. 지방노동위원회, 중앙노동위원회, 법원의 심급마다 정당 해고와 부당 해고 판결이 엇갈렸는데 결국 2차 파기 환송심에서 ‘부당 해고’로 확정됐습니다.

코로나19로 위기에 직면한 기업들의 정리해고 사건도 본격적으로 시작되는 것으로 보입니다. 항공기 기내 청소와 수하물 관리 등의 업무를 맡고 있는 아시아나 케이오는 무급 휴직에 동의하지 않는 직원 8명을 정리해고했고, 이에 대해 지방노동위원회, 중앙노동위원회 모두 회사가 임금 조정을 통한 고용유지나 순환 근무 시행 등 해고를 피하기 위한 노력을 다했다고 보기 어렵다는 이유로 해고가 부당하다고 판단했습니다. 이 사건 역시 오랜 기간에 걸쳐 법적다툼이 진행될 것으로 예상됩니다.

정당 해고 이후에 지켜야 할 것

한편, 정리해고가 정당한 것으로 판단되더라도 사후 채용에 대해 지켜야 할 원칙이 있는데요. 구성원을 해고한 날부터 3년 이내에 해고 당시 담당했던 업무와 같은 업무를 할 직무를 채용할 경우, 해고된 구성원이 원한다면 그 구성원를 우선적으로 채용해야 합니다.

_글. 고아연 변호사(법무법인 선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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